해리스, 분계선 25m 앞 대북 경고 北 최근 5일새 미사일 세차례 발사
29일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북한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질문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은 잔혹한 독재정권으로 불법 무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29일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자 북한이 28일에 이어 29일에도 야간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닷새 만에 세 번째 미사일 무력시위이자 올 들어 최단 간격의 미사일 연쇄 도발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최전선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지난 70년 동안 남한에서는 번영하는 민주주의, 혁신, 경제적 번영을 봤지만 북한에서는 잔혹한 독재(brutal dictatorship), 만연한 인권 침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봤다”며 북한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미국과 전 세계는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이 없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추구한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역내 평화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약속은 철통같고 한미동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나선다면 핵우산 등 가능한 전력을 모두 동원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현직 부통령이 DMZ를 찾은 것은 2017년 4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방문을 마치고 떠나며 군 장병의 경례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오산기지를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미사일을 쐈다. 군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탄 에어포스 투(전용기)가 한반도 영공을 완전히 벗어난 시점에 맞춰 도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나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경고했다는 얘기다.
닷새 만에 야간 기습발사를 포함해 세 차례나 미사일을 연이어 쏘는 등 북한의 도발 수위가 고조되면서 중장거리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발수를 늘리고 야간 기습발사에 이어 도발 간격을 최소화한 것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긴장 고조에 나섰다는 의미”라며 “연초처럼 다종다양한 미사일을 동원해 릴레이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