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10만㎢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는 계획은 푸틴이 7개월여 지속된 전쟁을 더 확대시키려는 생각임을 보여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계획을 러시아의 충실한 동맹국들조차 지지할 지가 불투명하며 푸틴은 아직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지역 전체를 점령하지 못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푸틴이 합병하려는 지역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NYT는 푸틴은 합병 지역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초점을 러시아군의 패전에서 가장 자신있는 서방과의 ‘기싸움( a battle of wills)’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은 28일 자신은 역사적 진리에 서 있다면서 “보다 공정한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극체제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것이 서방이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객관적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영토합병 조인식 뒤 “긴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크레믈린궁이 밝혔다. 조인식 뒤에는 합병을 정당화하고 대중의 지지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축하행사도 열리게 된다.
합병으로 전쟁은 한층 더 위험한 국면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합병을 선언한 푸틴은 이 지역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나아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선언할 전망이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러시아의 합병 움직임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찬탈할 생각임을 가리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절대 조작된 합병 주민 투표 결과와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2014년 크름반도 합병 조약에 선언한 뒤 크레믈린궁에서 승리를 알리는 연설을 했으며 음악회가 열린 붉은 광장에서 러시아인들이 환호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크름반도 합병 당시는 거의 전투가 없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만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크름반도 합병에 환호했던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 합병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는 징후는 거의 없다.
또 크름반도 합병 때는 러시아가 이미 크름반도 전 지역을 점령한 상태였으나 현재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과 자포리자 지역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푸틴이 30일 연설에서 합병 선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해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할 지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