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29일 접견 및 환담 과정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사실이 언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대통령실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장관은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접견이 끝난 뒤 “해리스 부통령이 나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상정된 걸 알고 있더라”며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이후 윤 대통령과 가진 사전환담과 비공개 접견에서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 어떤 형태로든 언급된 것으로 미뤄볼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미국 부통령이 4년 6개월 만에 방한한 당일에 외교 수장을 해임하자는 내용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점은 박 장관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외교) 전쟁 중에 장수를 싹둑 잘라내는 일은 그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국익은 모르겠고, 국민은 더더욱 모르겠다는 야당의 사보타주”라면서 “정파의 이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외교부 기자실을 방문해 “정치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착잡한 심정이 들어 며칠 새 밤잠을 설쳤다”며 “외교가 정쟁이 되면 국익이 손상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우려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