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약 2조 원에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하고, 27일부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투쟁으로 맞서기로 했다. 대우조선지회는 특히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한화 측에 박두선 대표를 포함한 현 경영진의 임기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이번 매각에 대한 쟁의 여부를 놓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찬성 72%로 안건이 통과되면서 지회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그간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과정에서 배제했다”며 한화 인수에 반발해 온 만큼, 이번 쟁의권 확보가 최악의 경우 파업과 같은 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는 “한화 재벌로의 매각이라는 현실 앞에서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는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정문을 막았던 투쟁의 의지와 각오를 되살린다”며 “지회의 요청에도 KDB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 특혜 매각을 진행한다면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찬반 투표에 앞서 대우조선지회는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매각 국면 관련 산업은행, 한화 측에 지회 요구사항을 만들었다. 요구안에는 고용승계(전 구성원 고용 보장)와 처우개선 등의 안건과 함께 ‘현 경영진 임기 보장’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인수 후 박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을 바꾸는 것을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대우조선 사장으로 선임된 박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중 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라는 점 등을 들어 ‘알박기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조 측은 금속노조와 지회 간 상시 대응 기구를 구성한 뒤 산은이나 한화 측에 이러한 요구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산은과 한화 본사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2008년 한화가 인수를 추진할 때도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확인 실사를 저지한 바 있다.
현재까지 한화그룹은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 노사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