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신문칼럼으로 쓴 ‘MBC 광우병 사태와 윤 대통령의 자유’엔 악플이 어마무시하게 달렸다. 나가 죽으란 소린가, 잠깐 고민했지만 내 월급엔 악플값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독자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한다.
다만 “조작선동을 언론자유로 포장하지 마라” “좌파(더 노골적으로는 좌빨)신문으로 가라”는 호통에는 독자와 소통할 필요를 느꼈다(“일기는 일기장에...” 또는 “지면이 아깝다” 하실 독자를 위해 ‘도발’은 인터넷에만 뜬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관련기사) ‘MBC 광우병 사태와 윤 대통령의 자유’ (2022년9월29일자 동아일보)
● ‘PD수첩 광우병’은 왜곡방송 맞다
2010년 2월 1일 나는 ‘엄기영 사장의 MBC 해사(害社) 행위’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본보 2010년 2월1일자에 게재된 김순덕 논설위원의 칼럼 \'엄기영 사장의 MBC 해사 행위\'
일주일 만에 엄기영은 스스로 사퇴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이사진 개편을 강행했다는 이유지만 칼럼도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이랬던 내가 광우병 PD수첩이나 이번 MBC자막 처리를 무조건 편들 리 없다.
● 자식들은 미국유학 보내는 반미 좌파
당시 제작진의 의도는 의심스럽다. 미국산 쇠고기 먹고 죽었다는 사람 못 봤다.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광우병 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지금도 한미동맹 깨트릴 꼬투리만 보이면 단체 이름만 바꿔가며 죽창 들고 나타나는 좌파진영 집합체다. 이들의 위선은 미국에 대한 이중성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제 자식들은 미국 유학 잘만 보내면서(그것도 우리 국민 혈세나 시민단체 성금으로!) 선동선전과 조작질을 하는 데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MBC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민간인 생각엔 정말 분하기 짝이 없지만, 2011년 대법원은 PD수첩이 핵심적 내용을 왜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선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바이든’ 자막처리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말한 적 없다는 말을 믿는다. MBC의 의도적 ‘데이터조작’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중재 과정 없이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 지시를 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2011년 대법판례에 비춰볼 때,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은 무죄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나는 봤던 거다.
● “제 2의 광우병 보도 거리 없나...”
마침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발언이 한국에 전해지기 하루 전날인 9월 21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 미디어 토론회가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장겸 전 MBC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현재 공영방송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완전히 장악한 노영 언론이라 할 수 있다. 박성제(MBC사장) 김어준(뉴스공장 공장장)의 말에선 오직 진영논리만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지금은 제2의 광우병 보도 거리가 없나 냄새 맡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돈다.”
● 좌파언론과 우파언론의 차이
내가 꽂힌 건 다른 대목이었다. MBC와 김어준에게는 오직 진영논리가 우선이라는 것! 최근 조갑제닷컴에 조남준 전 월간조선 이사가 이런 글을 올렸다. ▶좌파언론은 좌파 인사가 잘못했을 때, 침묵하거나,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감싼다. 잘하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선전한다.
▶좌파 언론은 우파 인사가 잘못했을 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몇날 며칠 한목소리로 공격한다. 편향됐다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파언론은 우파 인사가 잘못했을 때, 절대로 침묵하지 않는다. 따끔하게 지적하고 비판한다. 잘하면 침묵하거나 드라이하게 사실만 보도한다.
▷우파언론은 좌파 인사가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지적하고 비판한다. 그러나 보통 1회성에 그친다. 잘하면 드라이하게 사실을 보도한다. 편향됐다는 말을 가장 무서워한다. 한마디로 진영논리는 좌파언론의 전유물이란 얘기다. 독자들이 내게 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느냐, 너도 좌빨이냐 야단치는 것도 이런 언론 분위기에 익숙지 않아서라고 본다. 우파든 좌파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감시견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 역할이라고 나는 배웠다.
● 자유주의자 아롱 “권력 비판이 기자의 역할”
언론뿐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프랑스 좌파 지식인 장 폴 사르트르조차 “비앙쿠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소련의 현실에 침묵했다. 르노자동차 공장이 있는 곳이 비앙쿠르다.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의식을 약화 시키지 않으려고 사르트르는 소련의 강제수용소와 전체주의 체제를 태연하게 외면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대선 전 ‘7시간 녹취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진보가 아니라 보수”라고 했던가. 우파 정치인이 잘못할 경우, 좌파처럼 진영논리로 싸고돌지 못하는 측면이 우파에게는 있다.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철학자, 그리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자유주의 우파 지식인 레이몽 아롱(1905~1983)은 “권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념적으로 가까운 대통령이든, 자신이 투표한 정권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았다. ‘자유’를 강조해 마지않는 윤 대통령이기에 기록을 위해 적어놓는 것이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