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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초고화질 서비스 없다” 망 사용료 논쟁이 부른 소비자 피해 논란

입력 | 2022-10-02 15:11:00

정청래 “국내 콘텐츠 ‘폭망’ 불러올 수도”




“9월 30일부터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동영상 화질 최대 720p(픽셀)로 조정합니다.”

트위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중요 업데이트’라며 공지사항을 올리자 이용자들이 들끓었다. 초고화질(1080p)로 서비스하던 영상 화질을 한국에서만 한 단계 낮춰 제공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LoLㆍ롤)의 국제경기(롤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때였다. 국내에선 트위치와 네이버, 아프리카TV 등이 롤드컵 중계권을 갖고 있다. 게임, e스포츠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미국, 유럽 등 가상 사설망(VPN)에 접속해 트위치의 초고화질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다룬 게시글이 다수 공유됐다.

미국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트위치는 세계 최대 게임 중계 플랫폼이다. 국내에선 올 6월 기준으로 월간 이용자 수(MAU)가 245만 명에 이른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인터넷망 사용료(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하자 트위치가 반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위치는 이번 공지사항에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했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엔 트위치,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사업자(CP)가 통신사(ISPㆍ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망 사용료를 내도록 규정한 법안이 7건 발의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 등을 신청했다. 망 사용료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겠다는 취지다.

온라인 창작자나 이용자들은 트위치보다 국회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망 사용료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반 이용자들이 피해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회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과방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소수의 ISP를 보호하려다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조만간 망 사용료를 반대하는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열겠다”며 “이 법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 공유할 수 있는 토론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본격적인 법안 심의에 앞서 망 사용료 관련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