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액 작년보다 81% ↑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 그쳐
9월 무역수지가 5조 원 넘게 적자를 기록하며 무역적자가 6개월째 이어졌다. 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가 5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인 무역이 휘청거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무역을 지탱했던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줄었다. 외화벌이 텃밭이었던 대중국 수출은 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다 지난달 흑자로 돌아섰지만, 작년 동월 대비 수출 감소세는 4개월째 지속됐다. 반도체와 중국 충격으로 전체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 석탄, 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대비 81.2% 급증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국과 오간 상품, 서비스 거래의 총체적 결과인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불황-中수출 부진… 올 무역적자 역대최대 480억달러 예상
韓, 6개월 연속 무역적자 비상
반도체 수출 전년대비 5.7% 감소, 주요 품목 15개중 10개 수출액 뚝
대중 수출액은 4개월 연속 감소세… 에너지값 상승-글로벌 침체 악재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 지속” 경고… 외환시장 불안-투자 유출 우려
국내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건 반도체 수출 감소, 중국 수출 부진, 에너지 수입가 폭등 등 3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다. 대중국 수출은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인 에너지 수입액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무역적자 상황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은 상승 추세이고,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가 확산돼 수출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무역적자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
여기에 한국 반도체 중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재고가 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낮아졌고, 3분기와 4분기 각각 2.88달러, 2.5달러로 전망된다.
○ 물가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 떠나
무역적자는 한국 경제에 이중고를 안길 수 있다. 달러 공급이 줄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가고(원화는 약세), 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를 밀어 올리게 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적자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그들은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릴 것”이라며 “무역적자는 국내적으로 인플레이션, 외부적으로 외국인 투자 감소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