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1차 투표를 하루 앞둔 1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유세 도중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상파울루=AP 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힘겹게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두 후보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일 대 일로 맞붙는다.
3일 마무리된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에게 5.2%포인트 앞섰다. 이는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 룰라 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은 것이다. 투표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 30%대에 머물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표율 70%까지는 룰라 전 대통령을 앞설 만큼 선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승리는 다만 미뤄졌을 뿐이다. 축구로 따지면 연장전에 돌입했다”며 “연장전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 ‘여론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짓말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차 투표에서 8%가량 득표한 군소 후보 9명 표가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영국 BBC방송은 “3위 후보 시몬 테베(득표율 4%) 지지층은 보우소나루, 4위 후보 시로 고메스(3%) 지지층은 룰라에게 쏠린다”며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한 달 더 이어진다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로 기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선 투표까지 4주간 양 진영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의 1차 투표 승리로 ‘핑크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 물결)’가 중남미에 퍼질 가능성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바빠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7일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를 순방하며 이민과 마약 밀매, 기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미국 지정학적 뒷마당이던 중남미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앞서 6월 중남미 대표적인 미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돼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칠레와 페루도 지난해 대선을 통해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