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혼자 살며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36)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나 주말에 틈틈이 배달을 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연 2.8%였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4.5%로 올랐다는 문자를 받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혼자 살다보니 시간이 남는 데다 최근 들어 돈을 모으기가 빠듯해졌다고 느껴 ‘투잡’을 시작했다.
이 씨는 매달 배달로 버는 돈 100만 원가량을 고금리 예·적금이나 개인연금에 넣어 저축하고 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최근엔 외식을 자제하고 집 앞 반찬 가게를 찾아 일주일치 반찬을 산다. 이 씨는 “올 들어 물가나 금리가 많이 올라 지금 받는 월급으론 여윳돈을 모으기 힘들 것 같아 부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국내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부업을 하며 보조 수입을 얻는 ‘투잡족(族)’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 1인 가구 42%가 ‘투잡족’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일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내놨다. 전국 25세~59세 남녀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이들의 86.2%는 ‘앱테크’(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테크)나 배달, 소셜 크리에이터, 블로거 등 최근 들어 생겨난 신생 부업에 뛰어들었다. 문서 작성이나 번역, 포장, 택배, 대리운전 등 전통적인 부업을 하는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올 들어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도 나타났다. 1인 가구는 올해 월 소득의 44.2%를 소비 활동에 사용했는데, 직전 조사인 2020년(57.6%)과 비교해 13.4%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소득 가운데 저축(44.1%)과 대출 상환(11.7%)에 사용하는 비중은 55.8%로 2년 전(42.5%)보다 커졌다. 저축의 비중은 9.8%포인트, 대출 상환은 3.5%포인트 증가했다. 2년 새 급격히 오른 물가와 금리 등의 영향으로 자금 관리에 관심을 가지는 1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원해서 혼자 사는 게 아니다”
1인 가구의 82.7%는 혼자 살게 된 이유(복수 응답 허용)로 ‘학교나 직장 때문에’(39.0%), ‘배우자를 못 만나서’(22.1%) 등 비자발적 요인을 꼽았다. ‘혼자가 편해서’(45.6%), ‘독립을 원해서’(15.8%) 등 자발적 요인이 영향을 줬다는 응답은 61.4%로 비자발적 요인보다 비중이 낮았다.향후 10년 이상 1인 생활을 지속하고자 하는 비율은 2년 전(44.1%)보다 6.7%포인트 감소한 37.4%였다. 1~4년만 지속하겠다는 비율은 40.9%로 2년 전(36.2%)보다 증가해 장기적으론 1인 가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응답자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