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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는 ‘金’ 같아… 불확실성 커질때 잘 모아야 생존”

입력 | 2022-10-04 03:00:00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올해도 개발 직군 등 더 많은 기술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이 인재 영입을 위해 여는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서트’는 19일부터 사흘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인플레이션, 고금리 시대에 정보기술(IT) 개발자는 ‘금’ 같은 존재입니다. 우아한형제들 같은 플랫폼 기업은 이 소중한 자산을 잘 지키고 모아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사무실에서 이 회사 송재하 최고기술책임자(CTO·49)를 만났다. 학부 시절, 국문학을 전공하고 엔씨소프트와 야놀자 등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현재 업계의 경쟁 환경을 과거 유럽의 중상주의 시대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패권 경쟁을 한 국가의 역사를 보면 전 세계의 금을 자국 중앙은행에 모아 영향력을 키웠잖아요. IT, 플랫폼 업계도 똑같아요. 좋은 개발자가 모여 있어야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송 CTO는 “더 많은 개발자를 채용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개발 직군을 포함해 기술 인력 3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재 영입을 위한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서트’도 19일부터 사흘 동안 연다. 송 CTO가 2020년 4월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한 뒤 시작한 이 행사는 이번이 3회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년 1월부터 확산하면서 비대면 중심의 IT 플랫폼 시장은 가장 큰 수혜를 누렸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영업수익)은 2조88억 원으로 2020년(1조336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IT 플랫폼 기업의 앞 글자를 꼽아 만든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라는 신조어도 널리 퍼졌다.

그러다 보니 IT 개발자의 수요가 늘고 ‘몸값’도 올라갔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해 신입 개발자의 초봉을 6500만 원으로 공지해 화제를 모았다. 이미 신입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5000만∼6000만 원 수준까지 오른 상태였다.

1997년부터 IT 업계에 몸담은 송 CTO는 이러한 현상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일하며 이렇게까지 좋은 환경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2년은 개발자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송 CTO가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낀 시점은 올해 5월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선 때다. IT, 플랫폼 업계에 유입되던 자금줄이 끊겼고 순식간에 채용 시장의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거시 경제 상황이 빠르게 변하면서 IT, 플랫폼 업계의 채용 시장도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 같아요. 기업이나 구직자 모두 각자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개발자의 ‘정당한 몸값’을 따져보는 시기가 된 거죠.”

플랫폼 기업을 향한 비판적인 의견에도 송 CTO는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난해 라이더(배달기사) 처우 문제 등으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송 CTO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플랫폼 노동이라는 것이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체계인 만큼 회사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