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주인찾기’에 관심 집중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산은이 보유한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합병(M&A)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최근 해상 운임의 급락으로 HMM의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각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안팎에서도 HMM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혁신 계획’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HMM을 지분 매각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출자 목적이었던 유동성 지원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고, 매각할 때 정부(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우조선과 금호타이어,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등 17개사 지분은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조기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됐던 건 HMM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HMM은 2020년(9807억 원)에 이어 2021년 7조3775억 원의 흑자를 내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영업손실 누적액 3조8401억 원을 모두 털어냈다. 올해도 상반기(1∼6월)까지 6조8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해상 운임의 추락은 곧 HMM의 실적 하락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HMM 주가는 1만85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말(2만6900원) 대비 31.2%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도 HMM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 HMM의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HMM의 실적 악화가 예고되면서 기업 가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때 15조 원을 넘나들었던 HMM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9조 원까지 떨어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HMM의 몸값도 당분간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HMM이 2026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해 선박,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해운 전략자산을 확보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세계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