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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마켓뷰]휘발유값 인상에 印尼 긴축 가속화

입력 | 2022-10-04 03:00:00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8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2018년 11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기조로 루피아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이다. 9월부터 인도네시아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2019년부터 서민용 휘발유 가격을 동결하고, 자국 내 소매가와 국제유가와의 차이는 에너지 보조금으로 메워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 오름세에 에너지 보조금 부담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9월부터 휘발유 가격을 최대 30.7% 인상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7% 오르는 데 그쳐 전월 대비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9월 이후 운송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 확대는 불가피하다.

휘발유 가격 인상은 원자재 수출 호조에 힘입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인도네시아의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구매력 약화에 따른 내수 위축이다. 법적으로 대기업은 보조금 적용 연료를 구입할 수 없어 에너지 보조금의 축소는 서민 경제 타격으로 직결된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보조금 예산의 일부를 사회복지 항목으로 전용해 2065만 가구에 현금, 근로자 1600만 명에게 임금 보조금, 지방 정부에 교통비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이 소비 심리 위축을 상쇄시켜줄지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에너지 보조금을 줄이는 이유는 재정적자 규모를 관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재정적자 규모를 법으로 제한해 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경기 대응을 위해 이를 한시적으로 풀었지만 올해 말 유예 기간이 끝난다.

휘발유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우려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9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전월보다 인상 폭을 확대한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고 내년 중 목표 범위(2∼4%) 내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주춤했던 글로벌 증시와 달리 자카르타지수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제 인도네시아도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와 기준금리 인상 가속이 눈앞에 다가왔다. 투입 비용의 증가로 운송, 시멘트, 소비재 기업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 유동부채 규모가 큰 인프라, 통신, 부동산 업종은 빨라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주의해야 한다. 금리 인상기 수혜 업종인 은행과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석탄 채굴 업체에 대한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