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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에 해법요구’ 표현 빼고 기시다 “건전한 관계위해 한국정부와 긴밀히 소통”

입력 | 2022-10-04 03:00:00

日총리, 국회 연설서 유화적 표현… 한일정상 뉴욕회담 영향 미친듯



4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집무실에 들어오고 있다. 도쿄=교도통신-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3일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개회 연설에서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해 온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앞서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3차례 연설에서 “중요한 이웃 나라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만 언급했지만 취임 뒤 4번째인 이번 연설에서 이런 표현이 빠졌다.

일본이 말하는 ‘일관된 입장’이란 한국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국제법을 위반했고 위안부 문제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설에서는 과거사 관련 한국 정부의 대응을 요구한다는 표현을 뺀 것이다. 그 대신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가진 한일 정상 간 약식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에 대해 쓴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은 바뀌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2020년 10월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표현했다가 1개월 뒤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격하했고 그 후 이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따라 ‘기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등을 써 왔다.

한국에 대해 다소 유화적 표현이 등장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에 당장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은 데다 취임 이래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민감한 현안을 두고 한국에 양보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50%)은 취임 이래 가장 높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