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이하 청년 수학자 지원 최대 10년간 자유로운 연구
허준이 교수
청년 수학자가 장기간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허준이 펠로십’이 추진된다. 수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39·사진) 같은 인물이 더 배출될 수 있도록 창의성을 키우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 “단기 목적의 연구가 아니라 즐겁게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적인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허 교수의 조언이 바탕이 됐다.
3일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외 소속기관에 관계없이 수학 분야 우수 연구자가 최소한의 조건으로 장기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연구 펠로십)을 만들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선 만 39세 이하의 한국 국적 수학자가 원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5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고, 수학 분야의 난제를 연구하는 석학들과의 학술 교류도 돕기로 했다.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5년을 추가로 더 지원할 예정이다. 초중고 수학 인재들을 대상으로 한 학생 펠로십도 준비되고 있다.
“청년 수학자들 긴 호흡 연구하게”
‘허준이 펠로십’ 만든다
許 지원한 美 ‘클레이 펠로십’ 모델… 5년간 조건 없이 주거-월급 책임져
許, 이 기간 결혼-출산… 난제도 증명
정부, 중-고-대 ‘학생 펠로십’ 통해 난제연구 위한 석학 유치도 추진
“국가 수학 최고 등급 등 위상 제고”
필즈 메달
허 교수는 7월 필즈상 수상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클레이 펠로’가 됐는데 5년 동안 아무 결과도 조건도 없이 지원받았다”며 “주거와 월급을 (펠로십이) 책임져주는 이상적인 환경에 있었다. 이 5년이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 클레이재단은 박사 과정 1년 차에 리드 추측을 증명해 낸 허 교수를 눈여겨본 뒤 2014년부터 5년 동안 허 교수에게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허 교수는 클레이재단 지원 시절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논문 개수로 연구자를 평가하거나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긴 호흡과 시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점이 끝내 결실로 이어졌다. 허 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으로, 이를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분야다. △로타 추측 △메이슨-웰시 추측 △리드 추측 등 난제를 증명했다.
이에 더해 ‘학생 펠로십’ 도입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등학생 및 대학(원)생 중에서 선발된 이들과 연구 펠로들이 수학 난제연구 석학을 방문 연구자로 유치해 국제 공동연구 및 학술 교류에 기여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여권 관계자는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 재능 있는 수학영재들이 유리천장 없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이 같은 창의적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허 교수를 접견하고, 수학을 포함한 한국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허 교수도 한국 수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중추적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는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8월 허 교수의 서울대 졸업 축사도 화제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허 교수가 청년들에게 들려준 진솔한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