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교타자형 방망이 쓰는 무라카미…배트 만든 장인 “신인 때부터 탐구심 남달라”

입력 | 2022-10-04 12:25:00


일본 출생 타자 최다홈런(56개)과 최연소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 기록을 세운 무라카미 무네타카(22ㆍ야쿠르트)는 프로 입단 후 줄곧 배트 제작 경력 30년 장인인 나와 타미오 씨(55)가 만든 방망이를 쓰고 있다. 

무라카미 무네타카(오른쪽)가 3일 안방 도쿄 메이지진구 구장에서 열린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DeNA전 마지막 타석에서 시즌 56호 홈런을 기록 날리고 있다. 풀카운트 트위터



나와 씨는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의 기술자.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 등 일본프로야구(NPB)뿐 아니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활약한 일본의 전설적인 타자들 모두 그의 방망이를 썼다.

나와 타미오 씨가 일본 기후현 요로에 있는 미즈노 공장에서 자신이 만든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방망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나와 씨는 2018년 신인 시절 무라카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보통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나와 씨를 만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묻는데 무라카미는 그때부터 ‘몸쪽 공을 이런 식으로 대처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방망이 길이가 어때야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나와 씨는 “방망이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남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올해 5월말 나와 씨에게 방망이 헤드 안쪽 부분을 좀 더 깎아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배트 무게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헤드 안쪽 부분을 파내면서 무게중심이 무라카미가 방망이를 잡는 그립쪽으로 약 1cm 낮아졌다. 윗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져 스윙을 할 때 배트를 다루기가 더 편해지는 효과다. 무라카미는 방망이를 손본 뒤 6월에만 14개의 홈런을 치면서 홈런 페이스를 높였다. 

나와 타미오 씨가 올 시즌 도중 배트 헤드 안쪽을 더 파내는 변화를 준 무라카미 무네타가의 방망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도카이TV 캡처




NPB에서 통산 2000안타를 넘게 친 미야모토 신야 전 야쿠르트 수석코치도 무라카미의 스윙에 대해 “지난해에는 배트 헤드가 좀 빨리 돌아오는 모습이 있었는데 올해는 헤드가 일찍 돌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인 때부터 남달랐던 무라카미의 기억을 전했다. 그는 “2018 마무리 캠프에서 1년차였던 무라카미에게 기술 지도를 했는데 배운 대로 스윙을 안하고 일부러 이상한 스윙을 하더라”며 “자신이 납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싶어서 원래대로 해도 좋다고 했다. 당시 주위 코치들에게는 ‘힘들다’고 말은 했지만 (무라카미가) 그 나이에도 자신만의 것을 강하게 세웠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나와 씨에 따르면 무라카미가 쓰는 방망이는 마쓰이 같은 홈런타자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방망이보다는 이치로 같은 교타자형 방망이에 가깝다. 무라카미의 방망이 무게는 880g~900g 사이고 길이도 짧은 축인 85cm(33.5인치)다. 현역 시절 이치로의 방망이와 비슷한 무게와 크기다. 마쓰이는 900g이 넘는 길이 87cm 배트를 썼다.

한국프로야구 최다홈런(56홈런) 기록을 세웠던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 역시 무게 930g~960g, 길이 86cm 배트를 썼다. 나와 씨는 “장타자는 보통 스윙이 편한 얇은 그립을 선호하지만 무라카미는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이 쓰는 두꺼운 그립의 방망이를 쓴다”고 덧붙였다. 

맨 위부터 순서대로 이치로-무라카미-마쓰이의 방망이. 무라카미는 홈런타자지만 방망이 크기는 장거리 타자인 마쓰이보다 교타자인 이치로의 방망이와 더 닮았다. 도카이TV 캡처




나와 씨에 따르면 무라카미는 이치로와 방망이 크기만 닮은 게 아니다. 나와 씨는 “이치로가 경기가 끝나면 매일 자신의 방망이를 닦았다고 들었다. 무라카미도 경기를 마치면 방망이를 닦는다고 들었다. 성적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장비가 있기 때문이라는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라며 “무라카미는 탐구심이 대단하다. 홈런 56개보다 더 많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