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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히잡 반대 시위, 미국·이스라엘 소행”

입력 | 2022-10-04 14:12:00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혐의로 체포돼 옥중에서 사망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격화한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군 행사에 참석해 “폭동과 불안이 미국과 거짓 시온주의 정부, 그리고 그들에 의해 해외에서 배신한 일부 이란인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진보를 막기 위해 이같은 시위를 조장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음모를 꾸민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시위대 탄압을 비판하면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 평화로운 시위대에 대해 폭력적인 탄압이 강화되고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주 미국은 이란 정부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란 정부 당국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이란인들이 자유롭게 시위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현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3주째 접어들며, 130명이 넘는 시민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 미착용 혐의로 지하철역 밖에서 종교경찰(도덕경찰)에 체포됐다. 이슬람 율법상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구금된 지 사흘만인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채 숨졌다. 노르웨이 오슬로 기반 비정부단체 이란인권(IHR)은 그가 체포된 이후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경찰의 구타 의혹이 사인으로 거론되면서 이란 민심은 폭발했고, 지난달 17일부터 테헤란과 제2도시 마슈하드를 시작으로 정부를 향한 규탄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를 연호했다. 일부 이란 여성들은 여성에게만 주어진 엄격한 복장 규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히잡에 불을 지피거나 머리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가 구타를 당하지 않았다고 반박, 무력으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나섰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