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쌍방울 등 17억, 경기도 20억 대북사업 실적 없던 아태협 급부상 검찰, 지난달 아태협 관계자들 조사
이화영 전 국회의원(킨텍스 대표이사·구속·사진)이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한 뒤 경기도의 대북사업 창구 역할을 맡았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에 쌍방울그룹과 경기도 등이 40억 원 가까운 기부금과 보조금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의원은 쌍방울로부터 3억 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된 상태다.
4일 아태협의 2018∼2020년 결산서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아태협은 2018년부터 3년 동안 쌍방울 및 쌍방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KH그룹으로부터 17억 원 상당의 기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쌍방울과 KH 모두 아태협 후원 실적이 ‘0원’이었는데 이 전 의원 부임 후 대규모 기부가 시작된 것이다.
2018년에는 쌍방울이 6억 원,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3억 원을 기부했다. 2019년에는 쌍방울 및 계열사 3곳에서 현금 약 2억1300만 원과 7600만 원 상당의 의류를 지원했다. 같은 해 아태협 안모 회장은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각종 대북사업이 어려움을 겪은 2020년에도 아태협은 쌍방울 및 KH 계열사로부터 기부금 4400만 원과 1억4000만 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받았다.
이전까지 사실상 대북사업 경험이 없었던 아태협은 경기도와 쌍방울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사업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 전 의원은 나노스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측과 희토류 등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따도록 주선하는 등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나노스는 남북 교류·협력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아태협 간부들은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는 포럼 등을 만들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달 아태협 안모 회장과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박 의원은 “대북사업 경험이 없는 아태협에 왜 쌍방울과 경기도의 자금이 집중됐는지, 배후는 누구인지 등을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