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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개그맨이 고향 내려와 조폭두목 된다면…

입력 | 2022-10-05 03:00:00

코미디 영화 ‘컴백홈’ 오늘 개봉
조직 이끌던 아버지가 살해되자 ‘바지회장’ 제안 수락후 해프닝 그려
살해범 추적-우정 등 소재로… 송새벽-이범수-라미란 열연



고향에 돌아온 무명 개그맨 기세(송새벽·왼쪽)가 아버지가 이끌던 조직 ‘팔룡회’의 2인자 강돈(이범수)을 만나 팔룡회 ‘바지회장’ 역할을 하는 대가로 강돈에게 받은 15억 원을 도둑맞았다고 말하는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다시는 오나 봐라.”

학을 떼고 떠난 고향에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이다. 기세(송새벽)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꿈꾸던 공채 개그맨 시험에 단박에 합격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7년 넘게 무명 개그맨으로 방송국을 떠도는 신세가 된다. 고생 끝에 콩트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었는데, 하필 그때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설상가상으로 월세를 못 내 옥탑방에서 쫓겨나고 충청도 최대 조직폭력배 ‘팔룡회’를 이끌던 아버지(이경영)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마지못해 돌아온 고향, 기세는 아버지에 이어 ‘팔룡회’ 회장이 된다. 어린 시절 기세가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던 조직 2인자 강돈(이범수)이 그에게 ‘바지회장’을 맡아주면 거액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

5일 개봉한 ‘컴백홈’은 송새벽 이범수 라미란 등 한국 대표 코미디 배우 3인이 동시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코미디 영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고향에 돌아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세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축이다.

웃음 일등 공신은 단연 송새벽.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생활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 모습이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웃게 만든다. 진지함에 억울함, 지질함을 더해 빚어낸 송새벽 특유의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한 것.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코미디 영화라고 웃기려고 애쓰면 장면이 살지 않는다. 그냥 매 장면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기세의 첫사랑 영심 역의 라미란은 현재 상영 중인 또 다른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 맡은 강원도지사 주상숙과 180도 다른 생활 연기로 관객들을 웃긴다. 이범수는 빈틈 많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잔인하기 그지없는 악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악역은 합법적으로 나쁜 짓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며 웃었다.

무명 개그맨이 고향에 내려와 조폭 두목이 된다는 설정은 참신하다. 반면 조폭 영화의 뻔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관객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송새벽은 “‘컴백홈’에서 얘기하려는 건 고향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로, 조폭은 그 이야기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상투적인 흐름이었다면 영화 출연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기세가 16년 만에 고향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인교진 이중옥 오대환 황재열 등 친구 4인방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오랜 친구 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이들 친구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이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살려낸 덕분에 몇몇 장면은 대사만 들어도 웃음이 터진다.

이 영화의 미덕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데 웃기는 것.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열 일 제치고 훌쩍 고향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