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통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 성묘방북 추진위원회 발단식에서 김동길 명예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게 뭡니까?”
1980년대 나비넥타이를 매고 신랄한 정치 평론을 했던 보수 원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밤 별세했다. 향년 94세.
5일 유족에 따르면 숙환으로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교수는 전날 오후 10시 50분경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지난 2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지만, 3월부터 호흡기가 나빠져 입원했다가 끝내 완쾌하지 못했다.
귀국 후 연세대 사학과 교수를 지내며 잡지 ‘씨알의 소리’ 등에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는 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기소돼 ‘학생운동권의 배후 조종자’로 몰려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해직된 뒤 1979년 10·26 때 일시 복직했다가 1980년 신군부의 탄압으로 다시 해직됐으며, 1984년에 복직했다.
나비넥타이와 콧수염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고인은 신문 칼럼 집필, 강연 등으로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개그맨 최병서 씨가 그를 흉내 내 “이게 뭡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고인은 1985년 신문 칼럼에서 ‘3김 낚시론’을 주장해 세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 ‘3김씨는 이제 정치를 그만두고 낚시나 할 것이고 민주주의를 위해 40대가 기수 역할을 하라’고 적었다. 고인은 1991년 강의 도중 ‘강경대 구타치사 사건’에 대해 “그를 열사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1992년 9월 23일 통일국민당 당무회의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악수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고인은 ‘길은 우리 앞에 있다’ ‘석양에 홀로서서’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평생 1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고인은 생전 서약에 따라 시신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서대문구 자택은 누나인 고(故) 김옥길 여사가 총장을 지낸 이화여대에 기부한다.
장례는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누이인 옥영·수옥 씨가 있다. 발인은 오는 7일이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왼쪽)가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새해 인사차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