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제공 ⓒ News1
경기도 용인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윤모씨(32)는 매일 아침 정류장에서 초조하게 버스 좌석수를 확인한다. 남은 좌석이 ‘0’이 되면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몽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용인에서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경남여객이 입석을 금지하면서다.
그는 “초반에는 일부러 집에서 일찍 나오기도 했지만 출근길이다보니 결국 버스를 타는 시간은 항상 같다”며 “매일 새벽 첫차를 타는 것은 힘들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꽉찬 광역버스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모습 중 하나였다. 최근 일부 지역 광역버스가 입석을 금지했지만 이 또한 경기도민들이 겪는 다른 어려움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간 고속화도로를 지나는 직행좌석형 좌석버스(빨간색 G버스) 16/뉴스1
◇일부지역 제외 여전히 입석 허용…“금지하면 출근 못해”
고속도로를 이동하는 광역버스에서는 원래 법적으로 입석이 불가능하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2조에는 고속도로에서 승차정원을 초과해서 운행할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위반시 1회당 벌금 20만원과 벌점이 부과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최근 수원과 용인 버스회사가 광역버스 내 입석을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입석을 금지할 경우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용인과 수원 등 일부를 제외한 경기도 내 대부분 지역에서는 여전히 광역버스가 사람들을 가득 채운채 운행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출퇴근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말하면서도 입석 금지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강북으로 출퇴근하는 허모씨(32)는 “버스가 우리집 앞을 지날 때면 이미 자리는 만석이 돼 있다”며 “만약 입석을 금지하면 출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광역버스 입석을 금지한 용인시와 수원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윤씨처럼 매일 눈앞에서 지나가는 버스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씨(28·여)는 “버스는 계속 오는데 내가 탈 좌석이 없다는 사실에 허망하다”며 “입사하고 3년을 버텼는데 이제 서울로 이사가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사(경기도 제공) ⓒ News1
◇경기도청 “입석 금지 실현하려면 버스 수 50% 늘려야…현실적으로 어려워”
광역버스 운행을 관리하는 경기도청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버스 수 자체를 늘려야 하지만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미 예산을 들여 2층버스를 도입하고 전세버스까지 투입하는 등 광역버스를 많이 늘린 상황”이라면서도 “승객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각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입석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운행하는 광역버스를 50%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금 운행하는 버스도 좌석이 많이 남는 상황”이라며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이를 무리하게 버스 수를 늘리는 데만 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취지에 따라 사고를 막기 위해 경찰들이 단속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1분 1초가 중요한 출퇴근 시간대 사람들에게 회사를 지각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 이를 아는 경찰도 단속을 따로 하지 않으면서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