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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굉음에 암소 유산 걱정” 예고 없는 미사일 사격에 놀란 강릉 하시동리

입력 | 2022-10-05 16:26:00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 대응 조치로 발사했던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적으로 비행해 낙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강릉 강동면 하시동리의 한 우사에서 이종숙 씨가 새끼를 밴 소 20여 마리를 가리키며 굉음 등으로 인한 유산 위험을 하소연하고 있다. 2022.10.5/뉴스1 ⓒ News1

“훈련을 하면 한다고 말을 해야 할 것 아니냐. 저 새끼 가진 소들이 유산하지 않았을까 걱정이야.”

지난 밤사이 강원 강릉의 한 공군부대에서 발생한 탄도미사일 낙탄 사고로 부대 인근 주민들이 피해호소와 군부대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4일 밤 12시가 가까운 시각, 강원 강동면 하시동리에 거주하는 이종숙씨(65·여)는 난데 없는 굉음과 진동에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보니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의 섬광이 마을 일대를 훤히 비췄다. 또 건너편 부대 쪽이 마치 폭격을 당한 것처럼 연기로 자욱했다.

이 같은 한밤 중 난데 없는 굉음은 이날 오후 11시쯤부터 자정께 등 3번이나 이어졌다.

놀란 이씨는 만삭의 암소가 걱정돼 축사로 달려갔다. 축사에는 굉음에 놀란 암소들이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중 새끼를 밴 암소는 20여 마리로, 이씨는 이처럼 놀란 암소의 유산을 걱정하고 있다.


문제는 마을주민들이 이번 미사일 사격 훈련에 대한 아무런 공지나 통보도 못들었다는 것이다. 하시동리 일대는 공군부대가 인접해 있어 전투기 소음과 훈련으로 인한 소음에 어느정도 적응이 돼 있고 협조도 잘하는 편이다.

원래 각종 훈련을 실시할 때는 인근 공군부대나 육군 관계자들이 마을 주민들과 어촌계 등을 직접 찾아 훈련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 마을주민들은 군부대 측으로부터 어떠한 공지나 양해도 듣지 못한 상태다.

이종숙씨는 “사격을 하려면 바로 앞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알려줘야 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역시 “원래 훈련을 하면 군인들이 나와 협조를 부탁하고 소음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며 “근데 이번 훈련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 대응 조치로 발사했던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적으로 비행해 낙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5일 강원 강릉 강동면 하시동리 주민들이 공군부대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2.10.5/뉴스1 ⓒ News1


강릉시 역시 이번 미사일 사격훈련에 대한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본래 전투기 비행훈련 등 각종 훈련이 있을 땐 군 측에서 지자체에 협조를 구한다”며 “이번에는 어떠한 통보나 예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밤사이 강릉시청 당직실에는 굉음과 섬광 등에 대한 민원이 10여건 접수됐다. 그러나 상황을 알리 없는 공무원들이 대응에 애를 먹었고, 소방당국에 연락을 취해 “군부대 훈련 중”이라는 답변을 듣고 민원을 응대하기도 했다.

소방 역시 각종 화재, 폭발 신고가 접수돼 강릉소방서가 출동했으나 군부대 측으로 훈련 중이라는 답변을 듣고 3분 만에 귀소했다.

이처럼 밤사이 난데없는 ‘전쟁 소동’에 놀란 주민들은 이날 오후 인근 공군부대를 찾아 이번 소동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시동리 주민 김정기씨(60대)는 “불빛이 어찌나 강하던지 우리 집안이 전등을 켜놓은 것처럼 훤하더라”며 “전쟁이 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이런 소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대를 항의방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따른 대응사격으로 발사한 ‘현무-Ⅱ’ 탄도미사일 1발이 비정상 비행 후 낙탄한 가운데 5일 탄이 떨어진 강원 강릉의 부대에서 폭발물이 적힌 팻말이 붙은 차량이 나오고 있다. 2022.10.5/뉴스1 ⓒ News1


한편 전날인 지난 4일 오후 11시쯤부터 2시간가량 강릉 남부지역 공군 부대 인근에서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굉음이 들려 지역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소동이 일어났다.

섬광과 폭발음이 발생한 곳은 강릉 남부지역 공군부대 인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소동은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의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하던 중 발생한 낙탄으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가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며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하고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현시했다”고 5일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사격에서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큼스’(ATACMS)를 2발씩 총 4발 쐈다.

군 관계자는 “한미연합 지대지미사일 대응사격 중 우리 측 ‘현무-Ⅱ’ 1발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으로 낙탄했다”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으며,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강릉=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