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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버스 창너머 ‘정조 화성행차’ 생생… OLED 창문의 마법

입력 | 2022-10-06 03:00:00

수원 ‘1795행’ 시간여행 버스 타보니



관광객들이 LG디스플레이 투명 OLED 패널이 탑재된 경기 수원시 XR 버스 ‘1795행’에 탑승해 조선 정조 ‘을묘원행’ 영상을 감상하며 관광을 즐기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경기 수원시의 확장현실(XR) 버스 ‘1795행’을 타면 200여 년 전 조선시대 수원화성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조선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아 친아버지인 장조(사도세자)의 묘소까지 행차한 8일간의 ‘을묘원행’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이 버스는 조선시대 군사 훈련장이었던 화성 연무대에서 출발해 30분 동안 수원화성 남문 팔달문과 서문 화서문, 정문 장안문을 따라 돈 뒤 북수문(北水門)인 화홍문을 거쳐 다시 연무대로 돌아온다.

창밖에는 FHD(풀HD) 3차원(3D)으로 구현한 정조의 화성행차가 펼쳐진다. 양옆으로 줄 지어 선 수행원들과 구경 나온 백성들을 보며 마치 행렬의 한가운데를 거니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주택과 상점들이 즐비한 화성 일대 거리지만 창문에 비치는 화면이 성벽이 됐다가 절벽이 되기도 하고 산과 강으로 시시각각 바뀌며 과거에 이곳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 본다.

수원시와 전시 전문업체 이즈피엠피가 기획한 1795행 버스는 LG디스플레이의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창문으로 만들어졌다. 55인치 OLED 12대가 좌우로 설치돼 평소에는 바깥이 투명하게 보이는 유리창과 다름없지만 언제든 선명한 화질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할 수 있다. 별도의 발광 장치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특성 덕분이다.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뒷면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는 것이다.

투명 OLED는 일반 OLED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수백만 개의 칸을 자체 발광하는 WRGB(White-Red-Green-Blue) 화소 영역과 뻥 뚫린 투명 영역으로 나눠 촘촘히 교차시켰다. 화소 영역이 빛을 낼 때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투명도 40%의 창문이 돼 바깥을 훤히 볼 수 있다. 투명도 40%는 자동차 앞 유리를 틴팅(선팅)했을 때 수준의 시야다.

디스플레이라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강화유리가 받치고 있어 내구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9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조민우 LG디스플레이 투명사업담당은 “OLED에 충격이 가해져도 뒤편 강화유리로 힘이 전달돼 OLED는 끄떡없다”고 소개했다.

개발·양산은 국내 기업인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성공해 현재 유일하게 상용화하고 있지만 현장 도입은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베이징,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 지하철과 일본 JR동일본 열차에 2020년 도입됐고, 최근 중국 정저우 스마트 박물관과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디지털아트전에 활용돼 주목받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투명 OLED 구성을 다양화해 활용도를 넓혀갈 계획이다. 조 사업담당은 “현재 55인치 패널만 상용화했지만 30인치대, 70인치대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곡면(커브드) 투명 OLED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40%대 수준인 투명도를 장기적으로는 60%까지 올리고 밝기도 키우는 등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