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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출금리 낮춰달라” 상반기 9조… 실제 인하폭은 0.41%P ‘미미’

입력 | 2022-10-06 03:00:00

대출금리 뛰자 인하 신청 줄이어… 신용도 오른 대출자들 요구 가능
상반기 요청 금액 작년 규모 육박… 실제 이뤄진 건 3조1578억에 그쳐
중-저신용자 큰 폭으로 감면 받아… “은행들, 요구권 행사해야 조정” 비판




대기업 직장인 이모 씨(39)는 1억2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은행을 찾아가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했다. 5년 전 대출받을 당시 연 1.7%이던 금리가 최근 3.9%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취업, 승진 등으로 소득이 늘거나 빚을 성실하게 갚아 신용도가 개선된 대출자가 금융회사에 이자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실제 금리를 낮추지는 못했지만 이 씨는 월급이 오르면 다시 한번 금리 인하를 요구해볼 생각이다. 이 씨는 “앞으로 대출 이자가 계속 오를 텐데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보이면 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이 씨처럼 은행에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하는 대출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한 대출금액이 9조 원을 웃돌며 지난해 연간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 상반기 “대출 금리 낮춰 달라” 9조 원 넘어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가계 대출자가 금리 인하를 요구한 대출 총액은 9조2796억 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에서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한 대출 규모는 2020년 7조3620억 원, 지난해 10조8784억 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도 신청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최고 금리마저 연 7%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요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민은행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반기 신청액 가운데 실제 금리가 인하된 대출은 34.0%(3조1578억 원)에 그쳤다. 은행 관계자는 “제도가 알려지면서 소득 증가, 신용점수 상승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금리 인하 요구권을 일단 신청해보는 ‘허수’ 신청자가 많아진 것도 한몫 한다”고 했다.
○ 평균 0.41%포인트 금리 인하돼
또 상반기 금리 인하 요구권이 받아들여진 대출을 분석한 결과 평균 금리 인하 폭은 0.41%포인트로 집계됐다. 치솟는 대출 금리에 비해 인하 수준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신용도가 높은 우량 대출자보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점수 901∼1000점의 고신용 대출자는 금리 인하 폭이 평균 0.20%포인트에 그친 반면에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는 501∼600점 대출자는 평균 1.90%포인트, 601∼700점 대출자는 평균 1.24%포인트가 인하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폭이 더 크다”며 “금리 인상기에 금융 취약계층을 배려하려는 정책 기조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처음부터 낮출 여력이 있는데도 고객들이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해야만 조정에 나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 의원은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의 금리 인하 폭이 큰 차이가 난다”며 “은행들이 처음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중·저신용자에게 유독 가혹한 것은 아닌지 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