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AI 권리장전 청사진’ 공개
뉴시스
2020년 1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일을 마치고 귀가한 흑인 남성 로버트 윌리엄스 씨는 영문도 모른 채 아내와 두 딸이 보는 앞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로 끌려갔다. 인근 가게에서 시계를 훔쳐 달아난 용의자를 쫓던 경찰이 안면인식 인공지능(AI)의 오류로 범인이 아닌 그를 지목한 것이다. 윌리엄스 씨는 무려 30시간을 수감됐다 풀려났다.
미 백악관은 4일(현지 시간) 73쪽 분량의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공개했다. 윌리엄스 씨처럼 AI 기술로 인해 특정 인종과 계층 등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충분한 고지와 설명 △대인(對人) 서비스 제공 △개인정보 보호 △차별 방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체계 등 5대 원칙을 담고 있다.
충분한 고지와 설명은 AI가 지목한 사람들에게 해당 AI의 작동 방식 및 영향을 쉽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대인 서비스 제공은 사용자가 요구하면 AI 대신 사람을 상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또 피부색 등 특정 알고리즘으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데이터의 오류나 악용 가능성으로부터 사용자를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원칙은 당장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AI 윤리 확보를 위한 향후 입법 활동 등에서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청사진을 공상과학(SF)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작 ‘런어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소개한 ‘로봇 3원칙’의 21세기판이라고 평한다.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하면 안 되고,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하며, 로봇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이 원칙은 사회 전반에서 차지하는 로봇의 역할이 커지면서 과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