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회용품 절감 ‘제로식당’ 자영업자들 적재공간-비용도 부담 “한달에 한두건 주문… 불편해 철회” 전문가 “비용부담 사회적 합의 필요”
배달용 다회용기를 세척하는 모습. 2022.08.29 뉴시스
“원래 쓰던 일회용기는 둥근 모양이었는데, 다회용기는 직사각형뿐인 데다 크기도 딱 맞지 않아 같은 양을 담아도 적어 보여요. 용기를 겹쳐 쌓아둘 수도 없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요.”
서울 강남구에서 샐러드가게를 운영하는 A 씨(39)는 지난달 2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음식 배달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제로식당’ 사업에 참여 중인데,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A 씨는 “다회용기로 배달해달라는 주문도 한 달에 한두 건”이라며 “사업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시행 중인 ‘제로식당’이 참여 식당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제공되는 다회용기를 두고 크기가 음식 양과 맞지 않는다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황혜진 씨(27)는 “환경을 생각하는 손님들이 늘었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좋겠다 싶어 사업에 동참했다”면서도 “배달용 다회용기는 김밥을 담기에 딱 맞는 것이 없어 떡볶이에만 쓰고 있다”고 했다. 황 씨는 “다회용기 사용 주문도 적어 일회용기 사용량도 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추가 비용 부담도 다회용기 사업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서대문구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황모 씨(33)는 “(1550mL) 용기 1개 기준으로 다회용기 임차에는 350원, 일회용기 구매에는 250원 정도가 든다”며 “지금은 다회용기 제공업체에 보조금이 지급되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지만 나중에는 비용이 부담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회용기 사용 확산을 위해선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당분간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업주와 소비자도 환경을 위해 일부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는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겹쳐 쌓을 수 있는 다회용기를 개발하는 방안을 임대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보라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졸업
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