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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칼럼]유네스코와 교육, 그리고 우리의 미래

입력 | 2022-10-06 03:00:00

유네스코 교육 지원받던 韓, 기여자로 전환
기후변화 등 위기에 협력과 연대 교육 필요
배려·협력하는 인재 양성으로 교육 전환해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르치며 키우는 교육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사회의 미래를 가름하는 막중한 일이다. 1945년 광복 직후, 우리 국민은 상당수가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문맹 퇴치를 위한 초등교육은 1950년에 의무화되었고, 취학률은 1960년을 전후해 90%를 넘었다. 한 해 출생자가 100만 명에 가깝던 시절이다. 태부족인 학교 시설 때문에 학생들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고 심지어 저녁반까지 운영하는 3부제 수업도 있었다. 학생 수 100명이 넘는 학급도 많았던 시절이다.

당시 참으로 헐벗었던 우리 초등학교 학생들은 유네스코(UNESCO) 지원 덕분에 교과서를 갖게 되었다. 이를 이용해 공부했던 어린이, 반기문은 2007년에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고 그가 유네스코에 기증한 1956년판 자연 교과서는 현재 프랑스 파리 본부에 전시돼 있다. 이 시절 출판된 교과서의 뒤페이지 안쪽에는 “금번에 유네스코와 운크라에서 인쇄기계의 기증을 받아 설치된 인쇄공장에서 박은 것이다. -문교부 장관”이라는 감사 글월이 적혀 있다. 운크라(UNKRA)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경제 부활을 위해 유엔이 설립해 운영했던 조직이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그리고 문화 진흥으로 인류가 함께 번영해서 다시는 참혹한 전쟁에 휩쓸리지 말자는 취지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발족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생기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교육은 인간의 마음을 만들고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이 땅에서는 유네스코가 뿌려준 한 톨의 씨알에서 교육이 싹텄고, 그 후 푸르고 무성하게 자라 거목(巨木)이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학과 문화에서도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유네스코를 지원하고 있는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간 유네스코는 1972년과 1996년 두 번에 걸쳐 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시키며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의 미래’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었다. 그리고 작년 말에는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보고서를 출간했다. 지난 사반세기의 변화와 발전을 돌아보며 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새로이 다지기 위함이다.

그간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은 전쟁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인류는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눈앞에 마주하고 있다. 우리도 최근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지난여름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전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기며 33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그 후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도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온실가스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그 비율이 0.5%에도 못 미치는 나라다. 지구는 하나뿐이며 인류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이런 재앙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세계공동체를 만들어 집단으로 행동해야 하며, 아니면 파멸이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집단행동은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인간의 마음을 만드는 교육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유네스코 보고서에서도 앞으로는 모든 교육철학과 체계가 협력과 연대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제는 대한민국도 세계무대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인류 전체의 밝은 미래에 기여할 따뜻한 마음의 능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지역, 노사, 이념 등 다양한 종류의 갈등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다. 갈등이 이제는 증오로 치닫는 듯싶다. 갈등 해소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교육체계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각자도생과 각개약진은 이제 떨쳐 버려야 한다. 교육에서 시험과 경쟁은 긍정적 측면도 많지만, 그러나 전국의 수십만 수험생들을 1등부터 한 줄로 세우는 무자비한 수능은 전형적인 각개약진이다. 무엇보다 먼저 개선해야 할 제도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