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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에 항공업계 비상… “1달러 오르면 400억원 손실”

입력 | 2022-10-06 03:00:00

“고환율 겹쳐 재무악화 불가피”
아시아나 3분기말 완전 자본잠식
“수요 줄었는데 원자재값만 올라”
정유업계 등 제조업도 어려움 호소



뉴시스


주요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우려 속에 국제 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환율로 환손실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업계는 유가 급등에 민감해 엎친 데 덮친 격의 피해가 예상된다.

유류비는 항공사의 각종 비용 중 20∼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5일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1달러(배럴당) 변동 시 약 2800만 달러(약 400억 원)의 손익변동이 발생한다.

급격하게 유가가 오르면 항공운임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가 더 비싸지게 되고, 높아진 운임은 여객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생긴다. 여객 수요 회복이 여전히 더딘 상황에서 항공업계는 악재를 맞았다.

항공사들의 경영 상황은 이미 고환율로 타격을 받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7∼9월)에만 3585억 원의 환손실을 입는 등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0원 아래로 떨어지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도 상반기(1∼6월 기준) 이미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환손실에 더해 고유가로 인한 출혈까지 더하면 티웨이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등도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35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전 부문 업무 프로세스 재정비에 나선 상태다.

유가 상승은 원자재 수입 등 생산 비용을 높이는데, 그에 따른 소비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제조 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1∼6월) 고유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국내 정유업계도 하반기(7∼12월)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유가가 일부 오르더라도 경기 침체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정제마진 회복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국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흐름과 유가 수요는 통상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실적 악화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유가는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높이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석유 등 원자재 비중이 높은 산업군을 중심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국내외 긴축 흐름 때문에 수요가 많이 줄어드는데 생산 비용이 오르고, 재고도 많이 쌓이고 있어 전방위적인 압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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