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北미사일 대응 발사 실패… 발사직후 강릉 軍기지내 떨어져 민가에서 700m거리… 軍 늑장공개 美 핵항모, 北도발에 다시 동해로 尹-기시다 오늘 통화 대북공조 논의
현무 추락후 강릉 군기지에 불길 치솟아… 시민들 ‘공포의 밤’ 4일 오후 11시경 군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강원 강릉 공군부대에서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부대 영내로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탄도미사일이 민가에서도 보이는 곳에 떨어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당시 상황들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군의 늑장 대응 논란으로 이어졌다. 왼쪽 작은 사진은 현무 탄도미사일의 2017년 8월 시험 발사 당시 모습. SNS 캡처·동아일보DB
군이 북한의 화성-12형 추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4일 심야에 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기지 안으로 낙탄(落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탄두가 발견된 곳에서 불과 700m 거리에 민가가 위치해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군은 사고 사실을 다음 날 오전까지 쉬쉬하다 늑장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북 킬체인(선제 타격) 핵심 전력의 운영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 군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경 강원 강릉 모 공군기지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된 현무-2C 1발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다 목표 방향인 동해상과 반대인 서쪽 편 영내 골프장에 떨어졌다. 낙탄 당시 충격으로 탄두와 추진체는 400m 간격으로 분리된 채 발견됐고 탄두 폭발은 없었다고 군은 밝혔다.
하지만 군은 5일 오전까지 사고 사실을 비공개로 일관하다 정치권 등 군 안팎의 비난이 잇따르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2017년 9월 북한의 화성-12형 도발 때도 군이 ‘맞불사격’한 현무-2A 2발 중 1발이 수초 만에 해상에 추락한 전례가 있다. 5년 만에 킬체인의 ‘주포’인 현무 미사일의 발사 실패가 반복되면서 군의 북핵 대응 역량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현무-2C 낙탄 사고 2시간여 뒤인 5일 오전 1시경 에이태큼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를 동원한 한미 연합 실사격도 진행했다. 지난달 말 동해상에서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에 참가했던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약 10만 t)도 5일 동해상에 재진입해 6일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3국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6일 전화 통화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일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무 미사일, 동해로 쐈는데 서쪽으로… 민가 700m거리에 떨어져
대북 킬체인 핵심 전력 구멍… 현무-2C, 목표지점 정반대로 날아가
1분뒤 공군기지내 골프장에 추락… 자세제어 구동기-SW 오류 가능성
軍, 동종 현무 미사일 전량 검증 돌입… 중대결함땐 북핵 대응태세 차질
4일 밤 대북 무력시위 과정에서 낙탄 사고가 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대남 핵공격 임박 시 도발 원점을 선제 타격하는 우리 군의 핵심 무기다.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거나 중대 결함으로 드러날 경우 북핵 대응 태세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9월 북한의 화성-12형 도발에 맞서 발사했던 현무-2A의 추락 사고에 이어 5년 만에 현무 미사일의 실패가 재연되면서 대북 킬체인 핵심 전력의 총체적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자세제어 장치나 소프트웨어 오류 가능성
발사 지점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탄두가, 그로부터 400m 이격된 거리에서 추진체가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낙탄된 미사일 추진체는 1분가량 불꽃을 내뿜으면서 연소됐다”고 말했다. 탄두 발견 지점에서 부대 울타리 밖의 가장 가까운 민가까지는 약 700m에 불과했다. 사고 직후 부대 측은 낙탄 지점 인근 장병들을 300m 밖으로 대피시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의 비행자세를 제어하는 장치(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결함 가능성에 주목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낙탄된 추진체의 연소 시간으로 볼 때 발사 후 정상적 연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무-2C가 수직으로 발사된 직후 자세를 못 잡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것은 미사일의 자세 제어를 관장하는 구동기나 각종 센서에서 작동 오류를 일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사일의 자세 제어에 관여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함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추진체 결함이나 추진체 내부 고체연료의 비정상적 연소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올 3월과 5월 두 차례의 대북 무력시위 때 정상 발사된 만큼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미사일전략사, ADD와 협의해 향후 현무-2C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 중”이라며 “운용 제한 등 전력 공백이 장기간 발생 시 다른 전력 대체 또는 작전계획 변경 등으로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 조사가 장기화되거나 중대 결함이 확인될 경우 현무-2 미사일 전반의 운용과 북핵 대응 태세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 사고 다음 날까지 쉬쉬한 軍 ‘안전 불감증’ 논란
현무 미사일 낙탄 사고 부대 軍차량 이동 4일 밤 강원 강릉의 군부대 내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기지에서 ‘폭발물’이라고 적힌 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강릉=뉴스1
군 관계자는 “낙탄한 미사일의 연소 시간이 1분 내외로 짧았고, 폭발 화재나 인명 피해가 없었으며 심야에 주민 불편과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추가 안전 조치 후 나머지 실사격 훈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지휘관(미사일전략사령관)이 사고 상황과 후속 조치를 군 수뇌부에 시시각각 보고하면서 실사격 훈련을 계속 진행토록 건의했고, 김승겸 합참의장이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군이 다음 날 오전까지 사고 사실을 쉬쉬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과 불안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언론이나 군 자체 소셜미디어 등으로 관련 사실과 후속 조치를 신속히 알려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세심한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