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절차가 진행 중인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에서 초안과 같이 ‘행렬’이 포함되고 ‘외분점’ 등 일부 내용이 제외됐다.
새 수학 교육과정의 학습량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에서는 개정안이 논의되는 공청회 당일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2011년 빠졌던 행렬 포함…초안에 있던 외분점 빼
교육부는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을 집필하는 정책연구진이 온라인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제기된 의견을 반영한 개정 시안을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개정된 시안은 오는 7일 공청회에서 논의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나 식을 배열로 나열한 ‘행렬’이다. 행렬은 종전 교육과정에는 포함돼 왔으나 2011년 적용된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제외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2016년(2017학년도)부터 빠졌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을 집필하는 정책연구진은 초안에 포함시켰던 행렬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렬은 이전 교육과정에서 심도 있게 다루었던 것과는 달리 ‘경제수학’, ‘인공지능수학’ 등의 다양한 선택과목 학습에 필요한 기초적 내용만을 다루는 안을 정책연구진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하 등에서 활용되는 선분의 ‘외분점’은 당초 시안에는 있었으나 수정된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1학년 공통수학 교육과정 시안에서 교육목표 격인 ‘성취기준’을 보면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직선의 방정식’ 등도 제외됐다.
◆학습량 논란 반복…“수포자 늘린다”vs“필요하다”
앞선 온라인 공론화 과정에서도 수학 교육과정의 성취기준(학습목표)으로 무엇을 다룰 지 찬반이 분분했다. 학습량 부담이 심해진다며 내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과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다.
행렬을 예로 들면, 포함을 반대하는 측은 다른 학년의 학습량까지 연달아 영향을 받아 학생들이 배울 내용이 너무 많아지고, 학력격차도 커진다고 말한다.
지난달 6일 개정 교육과정 초안을 분석해 기자회견을 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행렬이 고1 공통과정에 추가되면서 고1에서 가르치던 이차함수의 최대, 최소는 중3으로, 중3의 대푯값은 중1로 이동됐다”며 “고교에서 늘어난 학습부담이 중3, 중1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습량이 적다는 측은 지능정보화와 디지털 사회 대비를 위한 수학적 역량 함양을 위해 행렬과 같은 핵심 개념은 고교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의견을 밝힌 최모씨는 “행렬은 인공지능 분야 뿐만 아니라 공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기 때문에 향후에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모씨는 행렬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 반영해야 한다며 “교육과정이 줄어들수록 시험 문제를 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져 심화적인 내용을 출제할 수 밖에 없는 점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범위를 줄이는 게 학생들의 실제 학습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정 수학 교육과정에서 학습량이 많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오는 7일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할 계획이다.
◆실과 정상가족 신화 삭제…보건 젠더용어 보충설명
젠더 관련 표현을 두고 논란인 보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연구진이 ‘보호되지 않는 성’,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등 용어를 수정하고 설명을 보충했다.
예컨대 ‘보호되지 않는 성’은 ‘보호되지 않는 성적 행동’이라 표현을 수정하고 “‘보호’는 원치 않는 조기 임신, HIV/AIDS(에이즈) 등 성병, 성적 학대, 성폭력 등으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과(기술·가정)는 기존 시안에서의 ‘정상가족 신화에서 벗어나’라는 표현이 삭제됐으며 ‘성평등 역할’은 ‘가족의 역할’로 수정됐다.
교육부는 공청회와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추가 온라인 국민참여소통채널 공론화를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시안을 최종 보완해 제출한다.
이후 교육부는 쟁점사항에 대해 개정추진위원회를 비롯한 개정 협의체를 통해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