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직무집행 효력 인정 결정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 News1
“솔직히 승소 가능성을 51% 대 49%로 봤다. 정말 큰 고비를 넘겼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6일 법원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추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법적 공방 2라운드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였다. 8월 1라운드에서 이 전 대표가 완승을 거두면서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한 것처럼 ‘정진석 비대위’도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정당의 정치적 행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고, 국민의힘은 새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5개월여 만이다.
● 당헌 개정이 결정적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 전 대표 낸 정 위원장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정당이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당헌으로 조직 및 권한을 어떻게 정할 지는 정당 자유”라며 “(당헌) 내용 자체가 헌법,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의 의사를 존중해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대위’를 출범시킨 건 당헌을 위반한 행위라 무효지만, 8월 법원 결정 이후 국민의힘이 당헌을 고쳐 ‘정진석 비대위’를 내세운 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한 뒤 지난달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의 비상상황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아 당헌을 개정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지난달 8일 전국위원회에서 정 위원장과 비대위원 6명 임명을 의결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비대위 임명 의결을 가능케 한 지난달 5일 당헌 개정 의결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당헌 개정만으로 이 전 대표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며 각하했다.
● 집권 여당 당권 레이스 본격화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지도체제를 둘러싼 극심한 혼란을 마무리 지은 여권은 본격적으로 수습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로 정기국회를 마무리하고 내년 2월 전후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개최시기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내에, 올해 안에 치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의 차기 당 대표를 둘러싼 경쟁도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은 기존 보수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 민심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원내대표를 맡아 3·9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김기현 의원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과 연륜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도 출마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 2년의 새 당 대표는 2024년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갖게 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며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윤석열 정부 집권 후반기에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가 이번 당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