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물 파손 상점들 영업 재개 못하고 주민들도 “태풍 또 오나” 좌불안석 기립식 방파벽 설치 등 지자체 고민 피해 줄일 근본대책부터 마련해야
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던 지난달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횟집의 모습. 가게 유리창과 내부 집기류가 파손됐다(위 사진). 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바닷속에 있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민락수변공원 위로 떠밀려 올라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성난 바다를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제발 피해가 없게 해달라고 비는 수밖에요.”
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지 한 달이 지난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한 횟집. 15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임모 씨(46)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 ‘힌남노’ 이후 한 달… 여전히 쑥대밭
2016년 ‘차바’ 등 2차례의 태풍은 임 씨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집채만 한 파도가 호안시설 용도로 조성된 민락수변공원을 넘어 가게를 덮쳐 유리창이 파손됐던 것.
지난달 6일 상륙해 영남 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던 힌남노의 후유증이 여전하다. 부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인 민락수변공원 일대는 특히 어수선했다. 임 씨 가게 옆 상점은 내부 기물 파손 등으로 이른 시일 내 영업 재개가 어려운 듯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 놓인 대리석들은 곳곳이 떨어져 나갔고, 파손된 공중화장실 앞에는 ‘한시적 폐쇄’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임 씨를 비롯한 일대 상인들이 태풍 때마다 고육책을 쓰고 있지만 월파 피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 반경 500m 내 2000여 채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태풍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이 때문에 민락수변공원 일대 태풍 피해를 막는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립식 방파벽 또는 TTP 등 조성 추진
수영구는 일대의 월파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재시설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먼저 민락수변공원 앞 바다 밑에 사각 콘크리트 블록 형태의 테트라포드(TTP)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TP가 방파제 역할을 해 육지를 덮치는 파도의 크기를 줄이려는 것이다. 현재 수변공원에서 50m 떨어진 바다 밑에 500m의 해안을 따라 TTP가 조성돼 있다. 수변공원에서 바다 방향으로 30m 떨어진 곳에 TTP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 사업에는 약 3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사업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의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 수영구는 현재 일대에 대한 ‘위험지구 지정’을 신청해 정부로부터 지정 승인을 받은 상태지만 실제 사업비를 투입해 착공에 나서는 데만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총사업비의 50%는 국비로 지원되지만 나머지는 시와 구가 절반씩 내야 한다. 예산 부담 이 큰 것도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수영구는 수백억 원을 투입해 더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침수 우려지역 2곳의 ‘위험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야 수변공원 방재시설 공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수영구 관계자는 “당초 2027년 계획이던 수변공원 방재시설 조성 사업을 2년 앞당겨 착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