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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북송어민 귀순 뜻하는 ‘남하’ 표현 수정 지시”

입력 | 2022-10-07 03:00:00

검찰, 국정원 직원 진술 확보
“당시 국회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단순히 휴전선 넘은 ‘월선’으로 고쳐
‘자필 신청서’ 문구도 ‘자필’ 삭제”




동아일보DB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어민들의 자발적 귀순 의사를 드러낸 표현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최근 “정 전 실장으로부터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할 관련 보고서에서 ‘남하’ 등과 같은 귀순 의사를 뜻하는 주요 표현을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보고서에는 어민들이 ‘귀순 의지를 가지고 내려왔다’는 의미의 ‘남하’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지시에 따라 단순히 휴전선을 넘었다는 의미의 ‘월선’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자필로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표현에서 ‘자필’이라는 표현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전 국정원장도 2019년 11월 국정원이 통일부에 전달한 정부합동조사 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등의 표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등을 불러 직권남용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한 문재인 정부의 강제 북송 의사결정 과정을 규명할 핵심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송 어민 2명을 조사했던 국정원 합동조사팀장으로부터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통화 등 수십 개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녹취파일은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2019년 11월 3일부터 추방이 결정된 같은 달 5일 사이의 기록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전 실장은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올 7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며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