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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방어에 9월 외환보유 196억달러 급감… 中日도 달러곳간 비상

입력 | 2022-10-07 03:00:00

킹 달러 파도에 한국 보유외환 매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최대 감소
각국 통화가치 지키려 ‘역환율 전쟁’… 中 492억달러 줄고 日 310억달러 감소
한은 “보유액 4167억달러, 아직 충분”… 전문가 “3000억달러땐 위기 올수도”



글로벌 ‘강달러 쇼크’로 인해 한국의 9월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196억600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최근 원화가치의 급락에 대응해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선 결과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20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 경제 안전판’으로 불리는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보유 외환은 충분하다”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요즘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역(逆)환율전쟁’을 벌임에 따라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외환보유액도 일제히 감소하는 추세다.
○ 보유 외환 14년 만에 최대 폭 감소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 달러)보다 196억6000만 달러 줄었다. 월간 감소 폭으로 2008년 10월(274억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말 4692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11개월 새 524억4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급감의 주된 원인은 당국이 최근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보유 달러화를 시장에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 긴축의 영향으로 지난달 환율은 100원 넘게 치솟아 달러당 144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2분기(4∼6월)에도 환율 방어를 위해 154억900만 달러를 순매도한 바 있다.

이는 달러화 강세에 시달리는 주변국들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1, 2위인 중국(3조549억 달러)과 일본(1조2921억 달러)도 8월 한 달 동안 보유액이 492억 달러, 310억 달러 각각 급감했다. 보유액 순위 3∼6위인 스위스 러시아 인도 대만 등도 마찬가지로 감소세를 보였다.
○ “아직 충분” vs “위기 경고”
이날 외환보유액 통계를 발표하면서 한은은 이례적으로 언론 설명회를 열었다. 최근 환율 오름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보유액 감소 폭이 커지자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8위 수준(8월 기준)으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최근 감소 폭은 2008년 위기 당시보다 크지 않고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7% 규모의 대외자산을 갖고 있다”며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를 묘사하는 데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도 이날 간담회에서 “외환보유액이 4300억 달러가 넘는데 이 정도 줄어드는 것은 상대적 비율로 보면 낮은 수준”이라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면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덜 올리고 외환보유액을 헐어서 환율 방어에 나서는 건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보유액이 3000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