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한글 과학성 탐구’ 최현배 선생 손자,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지내 “발음기관 구조 연구에 전공 도움 돼… 할아버지 과제 푸는 게 일생의 목표”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개인병원에서 할아버지인 외솔 최현배 선생의 저서 ‘한글갈’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일생 동안 변치 않는 한 가지를 남겨라.”
일제로부터 우리말을 지켜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생전 손자인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69)에게 이런 친필을 남겼다고 한다.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연구한 외솔은 “훈민정음은 발음기관 모양을 본뜬 과학적인 문자”라는 걸 밝혀내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음성의학의 관점에서 풀려고 시도했던 선구자였다. 9일 제576돌을 맞는 한글날도 외솔이 제정을 주도했다.
연세대 의대에서 이비인후과 교수와 음성언어의학연구소장을 지낸 최 회장은 4일 본보 기자와 만나 “할아버지의 과제를 푸는 것이 일생 동안 해왔고 앞으로 해야 할 단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발음기관을 본뜬 한글의 과학성이야말로 한글이 가진 힘이자 강력한 뿌리라 믿으셨다”며 “외솔의 후손으로서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우리말의 기원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비인후과 전공이라 실제 인체의 발음기관 구조를 연구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한글을 발음할 때 발음기관의 모양을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분석하면 할아버지가 품었던 의문을 풀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최 회장이 최근 ‘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중성자 제자해에 대한 음성언어의학적 고찰’에는 2015년부터 6년 동안 파고든 노력의 결과가 담겨 있다. 그는 논문에서 중성자(‘·’, ‘ㅡ’, ‘ㅣ’)를 발음할 때 구강과 인후두강의 모습을 CT로 촬영해 “중성자 역시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외솔이 약 80년 전 ‘한글갈’에서 처음 제시했던 걸 손자가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내년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기법으로 발음기관을 연구해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KAIST와 협업해 한글을 말할 때의 발음기관 모양을 3D로 입체화하는 연구도 할 계획이에요. 음성의학과 컴퓨터공학을 융합한 저만의 방식으로 할아버지가 사랑한 한글의 우수성을 계속해서 밝혀내고 싶습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