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정책사회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여야 모두 의원들의 질의가 거의 없어서 의아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5일부터 이틀 동안 국정감사를 받은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6일 이렇게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명의 복지위원은 이틀 동안 각각 5, 6번의 질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한 소장파 연금학자는 “여야가 짠 것처럼 가장 중요한 연금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며 “여야 모두 비겁하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야당이 연금개혁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질의를 해도 복지부로부터 ‘열심히 하겠다’는 말 이상을 듣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연금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해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렵고, 여론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소극적인 태도는 정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5일 국감에서 “연금개혁 정부안을 내년 10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연금제도의 재정안정성을 평가하는 재정추계 결과를 보고 난 뒤 개혁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학계에선 내년 10월에 정부안이 나오면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개혁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10월까지 연금개혁안 없이 버티겠다는 건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늦게 시작할수록 2057년으로 예상되는 연금 고갈 이후 미래 세대가 겪게 될 고통과 혼란만 커질 뿐이다. 여야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남은 국감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연금개혁 논의에 임하길 기대한다.
유근형·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