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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北, IRBM 다음은 핵실험…美 대담한 접근을”

입력 | 2022-10-07 07:45:00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에 미국의 보다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워싱턴DC에서 이런 의견을 피력했다.

문 이사장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존스홉킨스 국제정치대학원(SAIS) 한국연구소와 동아시아파운데이션이 공동 주최한 ‘변화하는 지정학과 한·미 동맹의 미래’ 세미나에서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쐈고, 다음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7차 핵실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이사장은 “북한이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면 의미 있는 대화 재개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과거 북한은 자신들이 7차 핵실험을 하면 그 위기가 새로운 일련의 대화와 협상으로 이뤄지리라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매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전 정부와 다른 만큼 7차 핵실험에 이어질 흐름이 과거 북한의 계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기 전에 미국은 보다 대담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김정은의 9월 인민회의 시정연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대화와 협상을 위한 여지를 볼 수 있다”라고도 했다. 이어 “하지만 (대화와 협상) 제안은 미국 측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보다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새로운 한국을 마주하고 있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과거에는) 북한이 계속 도발하고 위기를 조성하면 한국 정부는 통상 손을 내밀고 대화를 하자고 했다”라며 “(이제는) 그렇게 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다른 평화적 조치를 다루기 위해 대화에 응하는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한·미 동맹 지속 강화와 (한·미·일) 삼자 협력 강화라는 완전히 (원하는 것과) 반대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긴장 완화와 대북 대화 재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우리는 계속 비핵화를 추진할 것”, “한국의 안보가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 파견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 소속으로 방미했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 교수는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 우선순위를 조금 더 올려야 한다”라는 의견도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문제 우선순위를 현재 너무 낮게 책정한 것으로 보이며, 최소 중간 수준의 우선순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 격화 및 이에 따른 신냉전 국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문정인 이사장은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현시기 복잡한 국제 정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신냉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냉전에 수반되는 이념적 대치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문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신냉전의 부활을 우려한다”라며 실제 신냉전 국면에서 북한 및 중국 대응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이 첫 희생양이 되리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대타협(Grand Bargain)’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문 이사장은 “내년 2월 미국과 중국이 모든 문제를 대타협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내년 2월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순 3연임을 확정지은 후 취임하는 시기다.

이 시기는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거친 뒤다. 미국은 중간선거 여파를 어느 정도 수습하고 시 주석도 새로이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양 정상이 협력과 경쟁, 대치라는 미·중 관계의 주요 측면을 두고 마주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협력의 영역으로 기후변화와 팬데믹, 비확산, 경쟁의 영역으로 무역과 상업, 대치의 영역으로 지정학과 가치를 거론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마주앉아 이 모든 문제를 한 바구니에 담아 주요 합의를 이루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원대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칩4 등은 중국 포위·견제 행보로 평가했다. 칩4 등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장점도 있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고려해 균형을 맞추는 일이 주요 과제가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 산업계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두고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및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등을 거론, “(그 후에 IRA 통과가) 한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라며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증진하기를 원한다면 IRA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철희 교수는 IRA와 관련해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면 어느 정도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그러지 않는다면 한국 대중 사이에서 좌절감이 커질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을 차별하지 않는 조치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역시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IRA 상황을 두고 “한·미 양자 협력을 훼손한다”라며 특히 이번 IRA 문제가 “우리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동맹(분야 협력)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루고, 우리 기업이 막대한 (대미)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IPEF와 칩4,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일련의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라며 “이런 일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협력 파트너를 구하는 데 핵심은 신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본부장은 “예를 들어, 우리가 칩4 또는 다른 기술 동맹에 합류했을 때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중국의 보복을 극복할 수가 있겠나”라고 물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문제(IRA)를 상호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루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