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조지아 접경 지역인 베르크니 라스에서 국경을 넘은 러시아인들이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베르크니 라스=AP/뉴시스
러시아인 2명이 예비군 동원령을 피해 미국 알래스카주로 보트를 타고 도피한 뒤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사 머카우스키 공화당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실은 이날 러시아인 2명이 알래스카주 베링해의 세인트로렌스섬으로 들어와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인 2명은 지난 4일 러시아 동부 해안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세인트로렌스섬 서쪽 끝의 주민 약 600명이 사는 마을 갬벨에 도착했다. 이후 미 해안경비대 등에 입국을 자진 신고하면서 망명을 요청했다. 갬벨은 알래스카 서부 허브 커뮤니티인 노메에서 남서쪽으로 약 320㎞, 러시아 시베리아 추코트카 반도에서 약 58㎞ 떨어져 있다.
머카우스키 의원은 “이들이 강제 복무를 피하려고 러시아 동부 해안지역에서 도망쳤다고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댄 설리번 공화당 알래스카주 상원의원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2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첫째, 러시아 국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가담하길 싫어한다. 둘째, 러시아에 가까운 알래스카는 미국 안보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던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동일한 경로를 이용해 알래스카로 넘어오는 러시아인들의 망명 신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강한 바람을 동반하는 가을 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같은 탈출 방법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로를 통한 러시아인들의 미국 망명은 흔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인들의 일반적인 미국 망명 경로는 관광객으로 가장해 모스크바에서 멕시코 칸쿤이나 멕시코 시티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뒤, 육로로 미국 국경을 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령 이후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인들이 주변국으로 탈출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와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징집을 기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이들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