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에 대해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을 모두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무조건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으로 가면 안 된다”며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권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질문에 “만약에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지면 우리 정부로서도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을 검토할 수 있겠다는 원론적인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지 지금부터 합의 백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이나 관계자들이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권 장관은 “북한이 질적으로 엄청난 도발을 한다든지 도저히 합의가 유지될 수 없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일반론”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또 ‘북한의 핵무력 법령 채택은 판문점 선언 등의 기초를 깬 것 아니냐’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핵 관련 법제화는 2013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구체적이고 위협적”이라면서도 “우리가 팃포탯으로 하는 것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적이 여러 번 있고, 새 정부를 상대로는 북한이 단호하게 나오는 면도 있다”며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와 일관성으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권 장관은 ‘안보 불안으로 핵무장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 “청문회부터 비핵화 선언 지켜야 하고, 무역국가로서 NPT(핵확산금지조약) 어기면 해악이 이익보다 너무 크다는 것을 말해왔다”고 밝혔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을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는 “북한이 현재로썬 일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고난의 행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굉장히 조심스럽다”면서도 “우리 쌀을 직접 전달하기 어렵다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나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 통해서라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공감했다.
권 장관은 탈북어민들이 해상에서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는 등 해군에 체포당한 탈북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불순’한 것이라는 지적에 “귀순을 ‘순수한 귀순’과 ‘불순한 귀순’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국 국민이면 국민이지, 국민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는 없는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어 “탈북어민들이 국내로 들어와 일정 기간 안에 귀순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자필로 귀순의향서까지 썼지만,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기간은 지나치게 짧았다”며 “귀순 의사를 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북쪽으로 넘긴 것은 유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과 관련해 저는 명백히 지난 정부의 행태가 잘못됐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북한 피살 공무원 사건에 대해서도 “서해 피격사건에 대해서는 조금 성급한 결정을 했고, 우리 국민에 대해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난 정부를 저격했다.
이어 “이 부분은 명명백백하게 수사나 감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하며, 이에 대해 우리가 편견 없이 협조하겠다는 게 통일부 입장의 전부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활로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담대한 구상을 비롯한 현 정부 대북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 장관은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통일부가 자신 있게 주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에 “초기 아이디어는 대부분 통일부에서 제공했다”며 “조금 더 구체화된 부분을 앞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추가 대북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날 서면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의 호응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로의 유인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북한의 태도 등 정세변화를 고려해 ‘담대한 구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가면서 국제사회의 공조와 지지확보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따.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