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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 평생 먹어야?… “완전 해방 가능, 나 자신이 그 증거죠”

입력 | 2022-10-07 11:25:00

이승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의 ‘고혈압 투병기’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끊는 게 불가능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 고혈압 약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가능하단다.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의사, 이승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2)다.

이 교수는 “나 자신이 그 증거”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20대 중반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7년 동안 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약을 끊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고혈압 약을 먹지 않는다. 이 교수는 스스럼없이, 때론 당당하게 자신의 사례를 환자들에게 들려준다. 투병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의 ‘고혈압 투병기’를 들어봤다.
●20대 중반 고혈압 환자가 되다
대학 입학 후 체중이 불어났다. 불과 몇 년 사이에 15㎏이 늘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고, 술과 야식을 즐긴 탓이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젊은 데다 검도와 야구 동아리에서 충분히 운동하고 있다고 여겼다. 언젠가부터 운동할 때마다 머리가 아팠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철근도 씹어 먹는다는 20대였으니까.

전공의 1년 차였던 26세 때 우연히 혈압을 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완기 혈압이 100㎜Hg, 수축기 혈압이 150㎜Hg가 나왔다. 정상치(이완기 80㎜Hg 미만, 수축기 120㎜Hg 미만)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이 정도면 1기도 아닌, 2기 고혈압 환자였다.

덜컥 겁이 났다. 떠올려보니 고혈압 가족력이 있었다. 아버지는 이 교수가 유치원 다닐 때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도 현재 고혈압이 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생긴 고혈압이라 다른 질환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대의 경우 때로 종양이 원인이 돼 고혈압(2차성 고혈압)이 나타난다. 다행히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무렵 병원 당직 침대에서 주로 잠을 잤고, 밤에 폭식을 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었다. 이런 잘못된 습관이 20대 고혈압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장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혈압은 조금씩 떨어졌다. 매주 혈압을 측정했다. 수축기 혈압이 정상치인 120㎜Hg까지 내려갔다. 물론 약의 효과였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근본적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교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3년 동안은 그렇게 약만 복용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운동으로 7년 만에 고혈압 완전히 극복

시간 날 때 ‘깨작이는’ 정도로 운동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고혈압 치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전공의를 마치고 전북의 한 지역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운동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 의료원장이 무척 운동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덕분에 운동하는 데 눈치가 덜 보였다. 주변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지역 문화센터와 비슷한 시설도 잘 마련돼 있었다. 이 교수는 퇴근한 후 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 만에 본격적인 ‘운동 치료’에 돌입한 셈이다.

먼저 50분 동안 수영을 했다. 이어 30~4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쾃처럼 큰 근육을 만드는 동작 위주로 10회씩 4세트를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나 걷기를 10~20분 동안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는 데 2시간 남짓 걸렸다. 이 교수는 가급적 매주 2, 3회는 이런 식으로 집중적으로 운동했다.

운동의 재미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했던 야구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마음먹고 시작한 운동이 또 다른 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체중은 75㎏ 내외로 떨어졌고,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혈압도 다시 오르지 않았다. 2012년 마침내 이 교수는 고혈압 약을 7년 만에 끊었다. 이 교수는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신혼집을 차린 후에도 운동을 이어갔다.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제 고혈압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일까.
● 재발 막으려면 평생 관리해야

2013년 5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직 근무가 많았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다. 당분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당장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혈압은 첫해 130㎜Hg대 중반이 나오더니 1년 후에는 130㎜Hg대 후반을 넘어섰다. 수치만으로 보면 다시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이 무렵 아기가 태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교수는 점심시간에 병원 지하에 있는 직원용 헬스클럽에서 다시 운동하기 시작했다. 횟수도 늘렸다. 휴일을 포함해 1주일에 5일은 이곳에서 40분 정도씩 운동한다.

운동 방식은 종전과 비슷하다. 수영이 요가 형태의 스트레칭으로 바뀐 점만 달랐다. 스트레칭 후에는 턱걸이나 데드리프트 같은 근력 운동을 하고, 이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자 혈압이 정상치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이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헬스클럽이 문 닫았을 때는 집에서 매일 홈 트레이닝을 했다.

식단 조절도 잘 이어가고 있다. 일단 덜 짜게 먹는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점심을 거르고 하루에 두 끼만 먹을 때가 많다. 너무 배가 고플 때에만 샐러드 같은 것으로 점심을 보충한다. 이 교수는 “고혈압은 한번 약을 끊었다고 해서 다시 안 먹어도 되는 게 아니다”며 “약에서 해방되려면 평생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력운동 되면서 유산소 효과까지…이렇게 해보세요

스트레칭과 동시에 근력 운동이 되면서 유산소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승화 교수는 “충분히 가능하며 누구나 집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홈 트레이닝 방법을 들어봤다.

먼저 요가 동작을 벤치마킹한 스트레칭. 바로 선 상태에서 상체를 굽혀 팔로 발목을 잡는다(①). 이때 무릎을 펴주면 좋지만 살짝 굽히는 것도 괜찮다. 이어 두 번째 동작. 그 상태에서 팔로 무릎 뒤쪽을 짚는다.

셋째, 상체를 서서히 일으켜 가슴을 활짝 펴고 양팔을 하늘로 뻗는다(②).


넷째, 엎드려 플랭크 자세를 취한다(③). 이때 머리를 바닥으로 내리거나 어깨를 굽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섯째, 무릎을 바닥에 대면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④). 이때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이 운동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각 동작별로 10~20초씩 아주 느리게 해야 한다. 4, 5세트를 반복할 경우 보통 4~5분 소요된다. 이 교수는 “천천히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몸에서 땀도 나고 혈관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그 경우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스트레칭에 이어 근력 운동을 하는데, 이때도 천천히 하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근력 운동을 천천히 호흡하면서 할 경우 유산소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밴드를 사용하면 운동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0~4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 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