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검은색으로 염색한 외화를 약품 처리하면 진짜 돈이 된다고 속여 약품 구입비 등을 요구하는 이른바 ‘블랙머니’ 사기를 벌인 7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부장판사 임광호)은 블랙머니 사기 수법 등을 통해 피해자 1명에게서 9년 간 5억790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70대 남성 A 씨에게 지난달 29일 징역 3년 10개월을 선고했다. 블랙머니 사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 범죄조직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고 국내에서도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수법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1년 6월경 피해자 B 씨에게 “블랙머니가 인천에 있는 창고에 쌓여 있는데 약품 처리하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사업을 하려면 약품 구입비 등이 필요하다. 투자하면 블랙머니를 달러로 바꿔 수익금을 주겠다”고 권유했다. 당시 A 씨는 B 씨에게 직접 검정색 종이 다발을 블랙머니라며 보여준 뒤 이를 달러로 바꾸는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A 씨는 2014년 4월 “국무총리가 미군기지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달러를 들여오는 사업을 승인한 건이 있다”며 “달러 운송료 등을 투자하면 앞선 투자금도 모두 갚고 수익금을 많이 주겠다”고 B 씨를 설득했다. 결국 B 씨는 2020년 7월까지 A 씨에게 총 2억7000여만 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허황된 거짓말로 B 씨를 속여 오랜 기간 동안 거액을 편취한 범행으로 죄질과 범정이 매우 나쁘다”며 “A 씨가 피해액을 전혀 변제하지 못했고 B 씨가 막대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A 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서 형이 확정된 A 씨의 다른 사기 범행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