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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난타전 된 과방위…與 “원전 생태 붕괴” 野 “해외 원전 해체산업 목적”

입력 | 2022-10-07 14:16:00


여야는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거론하며 탈원전 정책을 두둔한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국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탈원전 정책을 이끌었던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선 “혀 깨물고 죽어야지” 등 원색적 발언을 쏟아내며 사퇴를 요구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7월 새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정책 방향을 보면 2023년까지 원전 30%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는 22.5%로 오히려 줄여 원자력 발전 확대용 로드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대로 가면 목표치로 가는 발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원전을 모두 가동해야 하고 노후 원전의 계속 원전(수명연장)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원자력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데 친원전 기조에 매몰되면서 안전이라는 큰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해외 원전 해체산업의 전체 규모는 550조원인데 국내는 24조원 가량”이라며 “이미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은 원전 21개를 해체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 원전 해체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81%로 기술 수준으로 보면 약 6년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강국은 원전 건설업에 있는 게 아니라 해체산업에 목적을 둔다”며 “올해 기준으로 전세계 원전 중 67%가 30년 이상 노후 원전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사업 경쟁력이 뒤쳐지고, 한전의 적자 폭증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됐다며 반격에 나섰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탈원전 정권에서도 전기료 인상을 알고도 안 올렸는데 올해 1월 2.7%, 지금은 6.5%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이사장이 과거 SNS에 ‘판도라를 보고 탈핵하자’는 피켓을 든 사진을 올린 것을 거론하며 “탈원전을 주장하는 건 근원적으로 원자력 이용을 부정하는 것인데 안전규제행정에 부합하는지 궁금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에 우려가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당 허은아 의원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탈원전 인사가 임명된 것은 정권 말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국민이 생각하기에는 한우협회 이사장에 채식주의자가 온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끝까지 원자력 발전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가세했다.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탈핵 운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이사장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분이 원자력발전을 전제로 운영되는 안전재단 이사장을 하는 것은 안전재단 이사장을 고액 알바 수준으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념을 지키려면 밖에 나가서 윤석열 대통령 원전 확대 정책 잘못됐다, 탈원전을 해야한다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해야한다”며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면서 사는 건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 소신을 지켜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 확대 정책에 동의한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니 자꾸 피해간다”며 “앞으로 우리당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상임위에서 김 이사장을 투명인간 취급하겠다. 저는 소신 없는 정치인 출신 이사장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여당 의원들의 공세에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항의에 나섰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이 한 개인의 신념에 잣대를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며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는 표현을 어떻게 국감장에서 할 수 있냐. 스스로에 대한 품위 문제가 아니냐”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도 “객관적으로 봐도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는 발언은 심한 거 같다”며 김 이사장에게 “설령 불편한 이야기해도 참고 견디시기 바란다. 이 자리에서 이기는 사람이 꼭 이긴다고 볼 수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제 자리는)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가 아니라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걸쳐 선임됐다”며 “피감기관 기관장에게 폭언에 가까운 언사를 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