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현지 시간) 뉴욕주 포킵 IBM연구센터를 방문해 양자컴퓨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7일(현지 시간) 중국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술 및 장비 수출을 차단하는 고강도 신규 수출 규제를 발표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무기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전방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수출 규제 예외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타격은 피했지만 향후 중국 공장 신규 투자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6일 미 상무부가 이번 주 중 18나노미터(nm·1nm은 10억 분의 1m)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반도체, 14nm 이하 비(非)메모리 반도체(로직칩) 기술과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신규 수출 통제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상무부는 중국 이동통신업체 화웨이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부과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이 같은 기준을 넘어선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판매하려는 외국 기업도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반도체 장비 대부분이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에 대한 수출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YMTC와 CXMT는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집중 투자를 쏟아 부은 중국 정부가 보유한 사실상 국영 기업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집중 표적이 돼왔다.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CXMT가 19나노 D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규제는 이들 회사가 현재 생산하는 반도체 이상의 기술 개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융단폭격 수준”이라고 말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제한 등 첨단 반도체 분야에 주로 집중됐던 바이든 행정부 수출 통제가 메모리 반도체로 확산되면서 사실상 중국 반도체 산업 고사 전략으로 대폭 강화된 것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이 수출 규제에 예외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로 한미 경제안보 협력에 균열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은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수출 허가를 주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로 수출 규제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바이든 행정부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 우려를 전달하며 수출 규제 예외 적용을 협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새 규제의 목표는 중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은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국 공장 설비 업그레이드나 시설 확장 시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소식통은 “몇 년 뒤 반도체 성능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더라도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 중국 공장 시설 확장을 예외로 적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약 28조 원)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IBM 연구센터를 찾아 “이 투자는 중국에 맞설 기술적 우위를 제공한다”며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