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대에서 유명 화학 교수가 ‘강의가 어렵고 학점도 낮게 준다’는 수강생들의 집단 항의에 계약 종료를 통보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측은 내부 평가에 따른 정당한 인사 조치라며 학생들 손을 들어 줬지만 교계와 학부모 단체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근본 원인이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교과서 ‘유기화학’의 저자이자 문제 해결 중심 교습법의 선구자인 메이틀랜드 존스 주니어(85) 교수가 지난 8월 뉴욕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으로부터 계약 종료 이메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존스 교수를 비판한 수강생들의 탄원서가 학교 측에 접수된 상태였다.
지난 봄 학기 존스 교수의 ‘유기화학’ 수강생 350명 중 80명 이상이 탄원서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 따르면 존스 교수의 강의는 △난이도가 높고 △학점을 따기 어려우며 △학습에 필요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탄원을 통해 “수강 철회가 많고 학점이 저조한 이유는 교수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학생들의 행복권을 우선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직격했다. 다만 존스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특히 존스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팬데믹 기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52편의 유기화학 강의를 자신의 사비로 녹화해 학생들에게 제공했지만 학생들은 이를 제대로 시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존스 교수는 수업 현실을 담은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항의 차원에서 학교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뉴욕대학교 측은 존스 교수 해임 결정에 대해 완강한 입장이다. 존 백맨 뉴욕대 대변인은 “우리 대학은 D학점과 F학점 비율이 유달리 높은 소위 ‘비틀거리는 코스(stumble course)’들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며 “그간 존스 교수의 유기화학 강의가 대표적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백맨 대변인은 존스 교수의 학사관리 방식을 ‘징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같은 대학 화학과 교수들은 존스 교수 옹호에 나섰다. 이들은 대학의 이 같은 해임 결정이 교수의 수업 자율성을 침해하고 지금껏 검증된 교습법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존스 교수 역시 이날 뉴욕타임스에 이번 결정으로 다른 교수들이 받게 될 영향이 우려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는 존스 교수 해임 배경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의 대학 진출 및 팬데믹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수업 방식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팬데믹으로 장기간 학습 결손을 겪은 Z세대 학생들에게 미국 교육계가 과연 어디까지 맞춰줘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교육대통령을 옹호하는 학부모(Parents Defending Education Parents)‘의 니키 닐리는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엄격한 학업 지도 및 평가는 미국 교육 개혁 방향과 대척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