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지난 6일 공식화하자 여성단체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날 여가부를 폐지하고, 소관 업무 대부분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양성평등·권익증진·청소년·가족 분야는 보건복지부, 여성고용 분야는 고용노동부로 이관된다.
정부는 여가부 폐지 이유에 대해 ▲전 생애주기에 걸친 종합적 사회정책 추진의 곤란함 ▲부처 간 기능 중복 등 정부 운영의 비효율 초래 등을 들었다.
여가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탄생한 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부의 가족정책 기능을 이관 받아 여가부로 개편됐지만 21년 만에 폐지됐다.
여성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 조직 개편안이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114개 여성단체와의 공동성명을 내고 여가부 폐지에 대해 “한국의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애써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여가부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20여 년 전 ‘부녀복지 시대’로의 회귀이자 여성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던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손정아 여성인권티움 소장은 “여가부 폐지로 여성인권이 명백히 후퇴하게 됐다. 성평등은 사회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변화가 필요한 영역인데, 이번 개편으로 부처 간 협력 등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부처가 축소되는 것”이라며 “폐지라는 공약을 발표하고, 오로지 폐지를 위해 축소를 거듭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협연합 공동대표는 “업무 분담에 따라 총괄 조정 역할을 할 곳이 사라지게 되면 기존의 여가부 장관이나 여가부 차원에서 해온 역할들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본부로 격하되면서 총괄 조정 역할을 할 역량은 더욱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전날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이 이끄는 부처에서도 어렵게 수행해 오던 성평등 업무를 본부에서 주도할 수 있겠느냐. 여가부 폐지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여가부 폐지를 두고 “부처를 폐지하더라도 기존에 맡고 있던 기능들을 없애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기능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으로 설정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