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24)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영국 생활용품 업체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 랙스먼 내러시먼(55)을 CEO로 선임했다. 내러시먼은 유통업계 경력만 30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1993년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입사해 소비재·유통 담당 수석파트너로 활동했고, 이후 글로벌 음료기업 펩시에서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의 사업 능력은 팬데믹(대유행)에서 빛을 발했다.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청소기 판매를 늘리고, 소독제 세탁 세제 등을 출시하면서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내러시먼은 4월까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하고, 일부 매장에서 파트너(스타벅스 바리스타의 명칭) 업무도 익힐 예정이다. 회사 상징인 녹색 앞치마를 두른다. 스타벅스 창업자이자 임시 CEO인 하워드 슐츠는 이사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슐츠는 5년 전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가 4월 임시 CEO로 돌아온 바 있다.
해외에서는 슐츠가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시애틀 본사에서 밝힌 스타벅스 ‘재창조 계획’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날 슐츠는 2025 회계연도까지 매년 25억∼30억 달러(약 3조5800억∼4조3000억 원)를 투자해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도입하고, 설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에 4억5000만 달러(약 6400억 원)를 들여 북미 기존 매장의 커피머신과 오븐 등을 신형으로 교체한다. 음료 제조 과정 간소화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모카 프라푸치노 한 잔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종전 87초의 약 40% 수준인 35초로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주문이 일부 매장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디지털 기술도 개발한다.
일러스트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뉴욕 버펄로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찬성 19표, 반대 8표로 첫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반세기 무노조 경영이 깨진 순간이었다. 미국이 깜짝 놀랐다.
치열한 물밑 전투가 시작됐다. 노조 가입 투표는 뉴욕 이타카,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등으로 번졌고, 2017년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슐츠 회장이 4월 임시 CEO로 복귀했다. 스타벅스 CEO를 맡아온 케빈 존슨은 3월 퇴임 의사를 밝혔다. 회사는 “경영상의 문제”라고 퇴임 이유를 밝혔지만, 노조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2월 스타벅스가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던 직원 7명을 무더기 해고해 ‘보복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존슨은 모바일 주문을 감독했고, 스타벅스 앱의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견실한 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바리스타들의 (노조 가입) 물결에 성과가 가려졌다”고 3월 평했다.
슐츠는 복귀 첫날 “스타벅스를 노조가 있는 커피 대기업으로 만들 수 없다”고 밝히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 “무두절은 끝났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 같은 지원책은 비(非)노조 영업점만 받을 수 있다. 노조 결성에 투표한 50개 매장(발표 기준)은 제외했다. 스타벅스는 7월 마약 등 안전 문제로 미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 16개를 일시 폐쇄했는데, 이 중 3곳이 노조와 관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조 결성을 추진하지 말라는 뜻이다.
존 컬버 스타벅스 글로벌 총괄 사장이 지난달 13일 미 시애틀에서 열린 스타벅스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음료 제조 시간을 단축하는 ‘사이렌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시애틀=AP 뉴시스
하지만, 슐츠의 강경 발언에도 ‘노조 열풍’이 꺾이지는 않았다.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9000여 개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224개 매장이 노조 가입에 찬성했으며 반대한 매장은 52개였다.
영국 가디언은 “수년 동안 스타벅스는 노조를 조직하기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버펄로의 승리로 댐이 무너졌고, 전국에 홍수가 일었다”고 전했다.
법원에서는 직원들에게 우호적인 판결이 나왔다. 미 노동당국인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스타벅스를 상대로 2월에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테네시주 서부 연방지법 재판부가 8월 18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일련의 과정으로 봤을 때 최근 스타벅스의 투자 발표는 슐츠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바리스타들의 업무 경감을 위한 투자가 개편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내 매장을 현재의 2배에 가까운 90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있긴 했다.
미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대동단결은 아마존과 애플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JFK8 물류 공장 직원들이 4월 노조 설립에 찬성했고, 6월에는 메릴랜드 토슨에 있는 애플 매장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외신들은 스타벅스가 미국 노조 가입 열풍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스타벅스에서 해고된 직원들이 6월 7일 미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의 노조 가입을 축하하고 있다. 멤피스=AP 뉴시스
구인난과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적 여건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팬데믹 추세가 꺾이고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됐지만,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가는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실업자 한 명당 거의 2개의 일자리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가 됐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 기업들은 월급을 올려줬다. 설상가상으로 공급망 문제와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회사들은 제품 가격(소비자에게 전가)을 올렸다. 이후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기 시작했고, 미국 직장인들이 들고 일어섰다. 직원들은 물가 상승을 고려해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 상승(임금 인상)으로 제품 가격을 더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임금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기업들은 구인난 탓에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인력을 바짝 조여 놓은 스타벅스에 치명타가 됐다. 당시에도 슐츠가 등판했었다. 그때는 정말 경영 위기 상황이기는 했다. 사람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스타벅스 커피부터 줄였다. 일종의 ‘사치품’으로 분류한 것. 여기에 맥도날드가 에스프레소 커피를 저가에 내놓으면서 원투펀치를 제대로 맞았다.
슐츠는 900개 매장을 정리하고, 1500명의 미국 매장 직원을 해고했다. 주가는 2008년 47% 하락했다. 대규모 감원을 겪은 스타벅스는 이후에도 직원을 충분히 늘리기보다 효율성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스타벅스 말고도, 대부분의 기업이 그랬다. 사업이 점차 디지털화되면서 업무량과 필요한 직원의 숫자가 예측 가능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NYT에 따르면 소매, 체인 매장은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각 매장에 할당된 직원 수를 최소화하는 ‘린 직원 모델’을 공통으로 쓰고 있다. 스타벅스는 관리자에게 엄격한 ‘인건비 예산’을 제공하고, 예산을 초과하면 징계를 내렸다.
올해 4월 미 일리노이 샴버그의 한 스타벅스 앞에 채용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용 시장은 탄탄한 상황이다. 샴버그=AP 뉴시스
기업이 성장하면서 스타벅스는 글로벌 인력을 2010년 13만5000여 명에서 지난해 38만5000명으로 늘렸다. 아마존은 같은 기간 3만5000명에서 160만 명까지 직원 수가 증가했다. 돈을 잘 버는 커피, 유통 회사는 다른 산업군 못지않게 견고한 임금과 혜택을 앞세워 교육을 잘 받은 지원자들에게 어필했다.
동시에,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대졸자들이 향하는 업종이 금융,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으로 다변화됐다. 자동화와 아웃소싱으로 대졸 근로자가 일할 만한 ‘중간 숙련도’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스타벅스와 대졸 취업준비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대졸자의 기대치와 현실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NYT는 “지난 10년 동안 대학을 졸업한 젊은 노동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중산층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불안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학교에 다닐 때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월급을 떠나 자산에 따른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있었을 것이다.
잘 교육받은 MZ세대(밀레니얼, Z세대)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더 공정한 대우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을 노조에 동원하는 데에도 힘을 발휘했다. 미시간주 앤아버와 오리건주 유진 같은 대학 도시에서 스타벅스 노조 추진력이 특히 강했다.
루스 밀크맨 뉴욕시립대(CUNY)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감을 갖춘 이들은 하루를 헤쳐 나가는 것 이상을 아우르는 더 넓은 세계관이 있다”며 “비전문적인 직장에서 노조 통합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방아쇠는 코로나19였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스타벅스 직원들은 30분 단위로 정해진 소독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장 주문이 급증하면서 계산대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러한 현실은 녹색(또는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고객과 눈을 맞추면서 에너지 넘치게 일하던 젊은 바리스타들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떨어뜨렸다.
WSJ은 “최전선에 나가 있던 직원들은 코로나19 기간 더 ‘나는 충분히 돈을 받고 있나’, ‘이 일이 내 인생에 가치가 있나’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며 역사상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Z세대가 특히 더 그렇다고 분석했다.
여론도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노조에 대한 찬성의견이 1965년(71%) 이래 가장 높은 68%를 기록했다. 대졸자의 노조 찬성률은 1990년대 후반 55%에서 70%까지 껑충 뛰었다. 노동조합 승인율 역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90%를 기록했다.
정치 환경도 노조에 유리한 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역대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을 자칭했다. 그는 노조 결성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지도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간담회까지 했다.
스타벅스 시애틀 매장. 픽사베이
지난해 5월 트위터에 한 스타벅스 직원이 ‘오늘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총 13가지 요청(바나나 5개, 캐러멜 드리즐, 휘핑크림 많이, 다크 캐러멜 소스 7번, 얼음 많이, 꿀 블렌드 한 번 등)이 담긴 고객 에드워드의 주문이 사진에 담겼다. 이후 이 레시피가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매장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에드워드의 음료가 하나의 메뉴가 된 것이다.
미 CBS 방송의 ‘인사이드에디션’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소셜미디어 정책을 위반한 이유로 해고됐다. 에드워드는 인사이드에디션에 “열심히 일하는 스타벅스 바리스타에게 어떤 멍청이가 이런 것을 주문하느냐고 묻겠지만, 나는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료 가격의 30%에 가까운 5달러의 팁을 냈다”고 했다.
스타벅스의 Z세대 고객들은 복잡하고 독특한 음료 제조법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기도 한다. 대학생 안나 파버가 틱톡(팔로워 10만7900명)에 올린 ‘스타벅스 시크릿 레시피’는 조회수가 2억1000만 건을 넘어선다.
고객 맞춤형 음료의 흥행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의 시대를 이끌었다. 슐츠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음료 판매의 75%가 차가운 음료였고, Z세대가 이를 가장 좋아했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심지어 지난해 겨울에도 스타벅스 매출에서 60%를 찬 음료가 차지했다.
NYT는 지난달 8일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누가 아직도 마셔요’라는 기사에서 23세 콘텐츠 제작자인 한나 모테(23)의 의견을 전했다.
모테는 “나는 파블로프가 나를 ‘아이스커피=생산성’으로 생각하도록 조종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며 “맞춤형 음료 제작에는 뜨거운 것보다 아이스 음료가 적합하다. 나에게 아이스 음료는 에너지가 아니라 ‘재미’”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의 겨울은 혹독하지만 무슨 상관이냐. 아이스커피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특별히 장갑을 샀다”고도 했다.
한 스타벅스 직원이 ‘오늘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에는 한 고객의 복잡한 음료 제조법이 담겼는데, 이후 고객의 이름이 하나의 메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미 CBS 방송 ‘인사이드 에디션’ 홈페이지
스타벅스는 사업 초창기 커피 원두를 팔았다. 당시 마케팅 담당이었던 슐츠(스타벅스 아라비카 원두 맛에 빠진 슐츠가 일하게 해달라고 1년간 애원해 입사)는 이탈리아 밀라노 카페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공간의 중요성을 깨우친 것. 슐츠는 창업자들에게 원두 말고 에스프레소 바를 두고 커피를 팔자고 설득하지만 실패했다. 결국, 1985년 회사를 나와 자신의 카페를 차렸다가 3년 뒤 스타벅스를 인수해버렸다.
이러한 배경으로 슐츠는 매번 “스타벅스는 커피와 공간을 판다”며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소비자에게 이 부분이 강력한 이미지로 인식됐다. 하나의 브랜딩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반면,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리먼 사태 때 스타벅스는 커피 한 잔 가격을 나타내는 ‘포벅스(Fourbucks)’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았다. 맥도날드의 에스프레소 판매는 상대적으로 스타벅스의 가격을 더 비싸 보이게 만들었다. 맥도날드는 “한 잔에 4달러나 하는 커피를 사 먹는 사람은 바보”라는 광고판을 내걸기도 했다.
슐츠는 맥도날드와의 비교를 싫어한다.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1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슐츠는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맥도날드와 비교할 때 고통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스타벅스 방문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는 경험과는 다른 로맨스와 연극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타벅스는 덜 부유한 고객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맥도날드는 고급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최고의 라테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커피 시장의 경쟁은 늘 뜨거웠다.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하면서 고급 커피 시장을 노렸고, 스타벅스는 리저브 매장으로 응수했다.
미 WSJ은 8월 31일 ‘스타벅스는 프라푸치노 제조법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재고하고 있다’는 글에서 ‘맞춤형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토’ 제조 과정을 소개했다. ①컵에 캐러멜을 깔고 냉장고에서 막 꺼낸 우유 넣기 ②얼음 냉장고로 가서 재빨리 얼음을 꺼내 컵에 추가 ③핫 바(Bar)에서 뽑은 에스프레소 추가 ④믹서기가 있는 콜드 바로 이동 ⑤냉장고에서 거품 낼 재료 찾기 ⑥재료들을 믹서기로 섞은 후 거품 첨가 ⑦다 쓴 믹서기는 싱크대에 넣고 ⑧캐러멜 드리즐을 마지막으로 뿌리고, 뚜껑을 덮어 완료. WSJ 홈페이지
비판을 의식한 듯 슐츠는 2008년 CEO로 복귀했을 때 아침에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시켰다. 커피 향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훗날 샌드위치는 슬그머니 자리를 되찾았고, 지금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벅스는 베이커리 분야를 지금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에스프레소 머신 도입을 반대한 적도 있었는데, “기계를 잘 설계해야 할 것 같다”는 모호한 말로 의견을 번복했다. WSJ은 그를 ‘자칭 커피 순수주의자’라고 칭했다.
1994년 스타벅스는 프라푸치노를 파는 커피 체인점 커피커넥션을 인수했는데 ‘신의 한 수’가 됐다. 스타벅스 커피 특유의 쓴맛(다크 로스트)을 싫어하던 조지 하웰 커피커넥션 대표는 스타벅스의 인수 시도를 “어둠의 물결”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세 번의 설득 끝에 그는 2300만 달러(약 330억 원)에 회사를 넘겼다. 프라푸치노 제조법뿐만 아니라, 명칭까지도. 이후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의 17만 가지 레시피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스타벅스의 수많은 메뉴(샌드위치와 주스, 티 등을 포함)는 점포당 매출을 늘리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체인점은 신규 매장의 오픈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 매장을 낼 곳이 없어지면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한 장소에서 팔 수 있는 커피의 양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매장들은 다양한 메뉴 덕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가 됐다.
스타벅스의 아이스커피 그림. 스타벅스 페이스북
슐츠는 사업 이전에 밀라노 커피 바에서 얻은 영감을 자신만의 발상으로 재창조했다. 이탈리아에서 본 딱딱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포기하고, 편안한 좌석과 아늑한 미학을 점포에 녹여냈다. 슐츠는 “나의 원래 아이디어는 사무실이 모인 시내에서 사람들이 서서 신속하게 마시고 갈 수 있는 서비스였는데, 사람들이 분위기와 동료애를 위해 카페에 들른다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1997년 고백했다. 슐츠가 언급한 ‘제 3의 장소(집과 회사가 아닌 중간 어딘가)’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스타벅스는 음료만 판매하지 않고, 다감각적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며 “모든 매장은 고객이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보는 모든 것의 품질을 향상하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와 관련된 모든 것은 훌륭한 커피 맛처럼 최고라는 인상을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심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0월 “맥도날드가 편리함의 시대, 포드가 대량생산의 시대의 상징이라면 스타벅스는 ‘미학의 시대’를 열었다”면서 “호텔, 쇼핑몰, 도서관, 심지어 교회까지 스타벅스를 모방하려 한다”고 전했다. 사람들의 미적 기준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사실, 스타벅스는 직원 대우도 선진적이어서 ‘친노동자 회사’라는 평을 들어왔다. 스타벅스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보다 25년 앞서서 직원 대상 건강보험을 만들었고, 시간제 근로자에게 주식 성과급도 나눠줬다. 2014년부터는 학위가 없는 직원에게 2년제 대학 등록금도 지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 책임자들이 의료 개혁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피하고 있을 때 슐츠는 이곳저곳에서 적극적으로 시스템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개인 십자군’에 가깝다”고 2006년 2월 전한 바 있다.
슐츠는 6월 포럼에서 노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스타벅스는 직원과 고객의 기대를 항상 뛰어넘는 회사”라면서 “그것이 스타벅스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슐츠와 월드클래스 CEO 내러시먼은 재창조 계획으로 ‘파트너(바리스타)’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직원도 고객만큼 회사에 만족하게 될까.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