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러군 패배·동원령 반발로 ‘푸틴 몰락’ 논의 싹튼다

입력 | 2022-10-07 16:04: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패퇴하고 동원령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모스크바에서 금기였던 푸틴이 지면 어떻게 되나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종신 지도자로 간주돼던 푸틴의 뒤를 이을 사람이 누구일 것인가를 두고 각종 예상이 대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푸틴 권력을 이어받을 1순위 대상이지만 실제로 누가 뒤를 이을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일부엔선 푸틴이 사라지면 나라가 산산조각이 날 것으로 우려한다.

7일로 만 70살이 되는 푸틴은 준합법적 권력 승계 절차를 밟아 권력을 장악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부총리에 임명됐다가 다시 총리 대행이 됐고 옐친이 5개월 뒤 사임하면서 후계자로 지명했다.

푸틴이 밟은 길을 따라 후계자가 정해질 지는 미지수다. 국세청장 출신인 미슈스틴 총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단기에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안보위원회 서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파트루셰프 서기의 아들이자 농업장관인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등이다.

푸틴에 대한 국내외 압박이 커지면서 그도 몰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국내에선 러시아군의 실패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지도자와 와그너 용병그룹 창설자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지휘관들을 매도 하면서 한때 푸틴의 후계자로 꼽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람잔이나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부와 엘리트들의 지지를 확보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들은 푸틴이 몰락할 경우 혼란이 발생하면서 잔인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는 인물들이다.

많은 러시아 전문가들이 러시아군이 다시 대패하거나 경제난이 심해져 사회적 불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푸틴이 몰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슬라브 및 동유럽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현재 상황에 화가 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푸틴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부패한 엘리트들이 “반기를 들기보다 고개를 숙인 채로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체제는 아직 강력하고 굳건하다. 푸틴이 여전히 안보 기관들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이도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안보기구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후계자 등장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사람들이 화가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행동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예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푸틴 체제는 재벌과 지방 지도자들이 푸틴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각종 혜택을 받는 광대한 네트워크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들중 누구라도 이 망에서 벗어나려 할 경우 하룻밤새 망가질 수 있다.

또 푸틴 체제는 압제적이며 국민 통제에 유능하다. 푸틴 주변에는 푸틴의 뜻을 거슬리려는 사람이 전혀 없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앤드류 바이스는 “푸틴 주변에는 굽실거리면서 서로 반목하는 사람들만 있으며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푸틴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존하는 만큼 자신의 권력이 강화된다고 믿지만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푸틴에 반기를 들고 나설 사람이 당장은 없어도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엘리트들이 푸틴이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기 시작하면 또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퀸시 책임있는 정치 연구소의 아나톨 리벤은 “여러 사람이 푸틴에게 모든 것을 보장할 테니 물러나 달라고 말하더라도 푸틴이 거절하고 보복하면 어떻게 될까? 이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후계자는 모든 엘리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중도적 인물이어야 하고 전쟁을 끝낸 뒤 서방과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기준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다. 2018년 월드컵 축구를 개최하면서 모스크바를 재건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잘 관리했고 조심스럽게 전쟁과 거리를 둬왔다.

위세를 드러내지 않아온 대통령 부비서실장 드미트리 코작(63)은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과 함께 일했던 충성파다. 그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며칠 전 우크라이나에 푸틴 특사로 파견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포기하도록 설득했지만 푸틴이 합의를 거부했다.

파트루셰프 농업장관(45)은 세대 교체를 상징한다. 아버지 파트루셰프 안보위원회 서기와 가까운 한 익명 소식통은 파트루셰프 장관이 갑자기 총리에 임명됐다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젊으며 전쟁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보다 푸틴이 후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 전 경호원 알렉세이 듀민 현 툴가 주지사가 꼽힌다. 듀민은 러시아 특수부대장으로 2014년 크름반도 점령을 총괄했고 국방차관을 역임했다.

메드베데프도 후계자가 될 수 있다. 푸틴에 이어 2008년~2012년 대통령을 지낸 뒤 푸틴에게 대통령직을 넘긴 그는 강경 민족주의자로 핵공격 위협도 자주 발한다. 강경발언을 일삼는 그에 대해 비판자들은 무서워하기보다는 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크다.

카디로프와 프리고진은 군대도 보유하고 있고 야심도 크며 음흉하지만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카디로프를 러시아 엘리트들이 인정하기 힘들며 프리고진은 권력 기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너무 깊이 관여해 후계자가 되기 어렵다.

이들 외에 후계자 후보로 전혀 거론되지 않는 인물로 푸틴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46)가 있다. 선거를 통해 집권할 가능성은 있지만 러시아 엘리트에게는 적이다.

파트루셰프 서기의 측근이던 한 사람은 “파트루셰프 농업장관은 현 체제 인물이다. 그가 ‘우리 체제가 계속될 것이다. 상원과 하원이 나를 지지한다. 총선을 실시하자’고 말하는 건 국가적 권위가 있지만 나발니는 거리의 인물일 뿐”이라고 했다.

러시아 엘리트들이 푸틴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러시아는 1917년과 1991년 혼란 끝에 정권이 바뀐 전례가 있다. 퀸시연구소 리벤은 “체제가 분열되면 지는 쪽은 대중에게 호소할 것이다. 이는 또하나의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