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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경 한복판에 한국기업 전용 공유오피스 '한국창업원' 개원한 고영화 원장

입력 | 2022-10-07 17:56:00


중국시장은 어느 나라 기업에게나 대단히 매력있고 흥미로운 영역이다. 다만 자국보호 성향이 강한 국가 기조에 따라, 다른 나라 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간 대외 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요즘으로서는, 특히 한국 기업/스타트업이 중국시장에 첫 발을 딛기조차 막막하다.

한국 기업/스타트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전용 공간이 중국 북경에 조성됐다. 중국시장 내 사업자 등록이나 사업공간 확보 및 입주, 운영, 관리에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한국창업원(원장 고영화)'이 지난 9월 정식 개원된 것이다.

한국창업원은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중국 북경 차오양구에 설립된 최초의 한국 중소기업/스타트업 전용 공유오피스 공간이다. 이에 북경에서 한국 기업/스타트업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고영화 원장을 통해, 중국 현지 내 한국 기업/스타트업 활동 상황과 한국창업원의 역할 등에 관해 들어본다.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현재 북경 한국창업원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고영화입니다. 북경대학교 한반도연구소 연구원도 겸직하고 있고요. 이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산하 한국혁신센터(KIC)의 중국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중국시장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한국산업은행 북경지점 고문, SK텔레콤차이나 고문, 인포뱅크차이나 중국지사장, 북경보라통신 법인대표 등을 거쳐, 현재는 한국창업원 원장으로서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창업원 고영화 원장 / 제공=고민정


최근 개원된 북경 한국창업원은 어떤 공간, 어떤 시설인가요?


한국창업원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게 저렴하게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중국 내에서도 북경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약 2,000개가 넘는데, 이들 중 절반은 폐업했거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고, 절반 정도가 북경에 남아있습니다. 이 사업가들이 지금 북경 시내 여러 군데에 분산돼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으면 우리 한국 기업, 한국인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중국 정부나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거쳐 추가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중국 북경시에 개원한 한국창업원 / 제공=한국창업원


총 면적 약 1,300평 규모로 1,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으며, 독립형 사무실 53실(1인 ~ 50인)과 회의실 6개, 공유좌석 20개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화상회의/음성회의 시설과 200인치 대형 스크린 등도 배치해 세미나나 투자회의, 데모데이, 창업대회 같은 행사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국창업원과 유사한 한국기업 전용 시설이 중국에 또 있나요?


한국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인큐베이션 센터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KOTRA의 IT지원센터가 북경에 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공단 인큐베이션센터(Business Incubation)도 북경, 청도, 상해 등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외 한국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중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기관인 한국혁신센터도 북경에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창업원을 개원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과 중국이 첫 수교를 시작한 1992년과 지금 2022년의 중국시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당시 중국 국민소득은 1,000달러 미만이었고, 한국 GDP도 중국의 80%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에 비해 한국은 면적도 작고 인구도 훨씬 적어도 GDP는 비슷했을 정도로 중국이 저성장 시기였던 터라, 한국에서 제품을 가져오면 어지간하면 잘 팔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현재 중국의 평균 국민소득은 10,000달러 수준이고, 북경/상해/광주 등의 중국 대도시는 한국 GDP와 비슷한 30,000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일컫는 심천의 경우 GDP 40,00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을 만큼 중국 소비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이에 우리 한국 기업들이 이전처럼 중국 전역에 분산돼 활동하는 것보다, 한 곳에 모여 서로 소통, 협력, 지지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판단해, 그들을 위한 활동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곳 한국창업원이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에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한국창업원 내부 시설 / 제공=한국창업원


개원 준비하며 여러 난관이나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당초에는 지난 5월 18일이 개원 예정일이었습니다. 현재 한국창업원이 위치한 자리에 원래 중국인 창업원이 있었는데, 코로나 확산 때문에 입주 기업이 대폭 줄어 결국 작년 말에 그 창업원은 폐원됐습니다. 지인인 건물주는 이전 창업원과 유사한 시설로 운영할 생각이 있었고, 이번에는 한국인인 저와 함께 한국 기업 대상의 사무공간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코로나 확산 추세가 주춤하리라는 기대에 3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지만, 4월에는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이후 두 달 가량 건물 출입조차 불가능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상당히 불안하고 힘든 시기였는데, 다행히 잘 극복하고 8월까지 내부/인테리어 공사 등을 마친 후 지난 9월 1일 마침내 정식 개원했습니다.

현재 한국창업원에는 어떤 한국 기업/스타트업이 입주했나요?(혹은 입주 예정) 이들에게 어떤 것들이 지원되나요?

한국창업원은 기본적으로 공용오피스 공간을 제공, 운영하는 민간기업이기에 수익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주한 한국 기업에게 특별한 금전적, 경제적 지원은 제공하기 어렵고요. 대신 사무 공간을 대단히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창업원은 북경 내 전자산업단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때문에 전자산업/공업 분야나 IT분야, 반도체 분야, 첨단산업 분야의 기업이 입주하면 사업 추진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IT분야에 오래 종사했기 때문에, IT분야 기업/스타트업이라면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창업원 바로 옆에 삼성SDS 중국법인도 있습니다.

북경시내 한국창업원 위치 / 제공 =한국창업원


개원 직후라 현재 입주 완료한 기업은 아직 없고, 입주 예정 또는 준비하는 기업은 여럿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IT 분야 및 서비스 분야 대기업도 있습니다. 식품유통 기업/식품체인 기업도 곧 입주할 예정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이 한국창업원에 입주하려면,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한국창업원은 앞서 언급한 대로 민간기업이라, 한국 내 일반 사무실 입주의 경우와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특별한 혜택이나 지원이 없는 대신 특별한 입주 조건도 없습니다. 저렴한 사무공간과 기업간 소통환경을 원한다면 누구든, 어떤 스타트업이든 신청, 입주할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어떤 스타트업이 중국 현지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사업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지금은 모든 산업 영역에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브랜드/기업이 중국시장에 입성했기에, 전 세계 대상의 사업 경쟁력이 없으면 중국에서도 결코 안착할 수 없습니다.

사업, 기술 트렌드에 따라 현재 중국시장에서는 IT 분야에서 메타버스나 인공지능, 바이오, 신에너지 자동차, 반도체장비 및 설계 분야 등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듯합니다.

공유오피스로 공간 임대 외에 한국창업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사무공간 제공 외 비즈니스에 중요한 것은 역시 '네트워크'입니다. 한국창업원은 그 네트워크 혹은 네트워크의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한국기업들간 또는 한국기업과 중국기관간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경시 또는 북경시 특정 구/기관의 내부 회의, 행사, 이벤트를 한국창업원에서 진행토록 추진하면, 중국기관과 한국 기업과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한국창업원은 중국시장과 문화에 대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스타트업의 중국 진출에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기업/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요?

앞서 잠깐 말한대로, 중국 GDP가 한국보다 10배 크고, 인구수 역시 무려 28배나 많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인 건 확실합니다. 다만 이렇게 큰 시장에서 과연 성장할 수 있을지, 또는 살아 남을 수는 있을 지는 순전히 기업의 차별성과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업/스타트업이라면 중국시장은 기꺼이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곳입니다.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한국 기업/스타트업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사업 성공에는 여러 조건이 따르지만, 우선 중국시장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뭘 하는 기업이다', '우리 제품은 어떠한 제품이다'라는 홍보/마케팅 활동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14억 중국인구를 대상으로 알려야 하기에 여기에선 홍보/마케팅이 참 어렵습니다. 지역도 넓고 인구도 많으니 홍보/마케팅 비용도 제법 많이 듭니다.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적인 홍보/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한국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던 방식으로는 인지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대상 고객군을 특정해 공략하는 타게팅 홍보/마케팅 전략이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창업원 내부 전경 및 인테리어 조감도 / 제공 = 한국창업원 


한국시장과 중국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인구수의 차이입니다. 중국도 이런 압도적인 인구수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다는 건 사용하는 제품도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제품군에서 전 세계 수 많은 제품과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시장 경쟁력이 중국시장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중국과의 수교 후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에서 굉장히 많이 판매됐습니다. 지난 6월 18일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온라인 쇼핑몰인 '징동'을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 세일 시즌이 있었습니다. 여기엔 중국 최대 쇼핑몰 사업자인 알리바바도 참여했는데, 알리바바가 집계한 화장품 브랜드 판매 톱40개 브랜드 중 한국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프랑스, 미국, 일본산 브랜드 같은 글로벌 유명 화장품과 중국의 신흥 화장품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것이 현재 중국 시장 내 한국 제품, 한국 기업의 위상입니다. 경쟁력이 없으면 중국 시장에서 금방 사라집니다.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 그만큼 시장 경쟁력이 사업/기업의 존망과 직결한다는 점이 한국 시장과의 결정적인 차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시장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사업의 최종 목적은 '성장과 성공'이지 결코 '사업 유지'는 아닐 겁니다. 언제까지나 스타트업으로,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창업자나 경영자는 없습니다. 결국 기업의 성장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칭하는 '유니콘' 기업이 한국에는 20개가 안됩니다(2021년 말 기준). 반면 중국 스타트업 중 유니콘 기업은 310개가 넘습니다(2022년 6월 중국 후룬연구원 발표 기준). 이 역시 시장 규모의 차이로 인한 결과입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보다는 기회는 정말이지 훨씬 많습니다. 물론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한국창업원이 기업 곁에서 돕겠습니다.

제공=고민정


개원 후 한달 남짓 지났는데, 이후 한국창업원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나요?


한국창업원은 4,400제곱평방미터(약 1,330평)의 크기의 사무 공간입니다. 건물의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고요. 그런데, 북경시 남쪽에는 1,000만 제곱평방미터(약 300만평) 규모의 중일산업원이 있습니다. 북경 북쪽 공항 옆에 2,000만 제곱평방미터(약 600만평)의 대규모 중독산업단지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중수교 30년이 되도록 북경에는 아직까지 한중산업단지가 없습니다.

지금 북경시도 우리 한국창업원의 활약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 기업/스타트업이 한국창업원을 통해 성장하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머지 않아 300만평 규모의 '한중산업원'을 북경시에 구축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한걸음씩 내딛겠습니다.

한국 중소기업/스타트업(또는 예비창업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요?

최근 들어 국제정치적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중국은 전 세계에게 두 번째로 큰 시장이고, 한국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수출입 무역국가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업/스타트업에게는 무한한 시장 가능성과 성장성을 지닌 기회의 땅입니다. 미국 경제 미디어인 블룸버그도 2030년 이전에 중국시장 규모는 미국을 넘어서리라 예측했는데요. 정치적 이슈, 지정학적 이슈 등의 이유로 사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기에는 아쉽기만 한 시장입니다.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또는 수출/수입 관련 사업분야라면, 어찌 됐든 중국시장은 사실상 0순위 대상으로 여겨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사업이나 제품이 견고한 시장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중국문화와 중국시장에 깊은 관심을 갖길 제안합니다.

북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고민정 학생기자

중국 북경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이며, 중국소식지 '차이나헤럴드'의 중국 학생기자 소속으로, 한중 국제행사 및 한국 언론사 인터뷰 동시통역, 한국 웹툰/도서/미디어 중한 번역 등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