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옥 중인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비알리아츠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전쟁과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에 진력한 벨라루스 인권활동가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시민단체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권력을 비판하고 기본적 시민권을 증진시켰다”고 밝혔다.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단체)에게 수여하는 노벨평화상은 올해 103번째로 수상자에게 금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 원)가 주어진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올해는 유럽에 특이하게 전쟁이 일어나 핵무기 위협, 식량 부족 등으로 평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수상자를 선정했다”며 전쟁 중인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인접국 벨라루스에서 수상자를 선정한 의미를 강조했다.
메모리알은 옛 소련 핵물리학자이자 인권운동가로 1975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 주도로 1987년 생긴 러시아 최초 인권단체다. 모스크바 법원은 2014년 메모리알이 ‘해외 지원을 받는 단체’ 관련 규정을 어겼다며 강제 해산시켰다. 당시 법정에서 검사가 “공공의 위협”이라고 지칭하자 방청객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얀 라친스키 메모리알 이사회 의장은 “러시아에서 말할 수 없이 고통 받는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인권 변호사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설립한 CCL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서 자행된 전쟁범죄를 알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군 전쟁범죄 수집, 규명에 힘쓰고 있다. CCL은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 지지에 감사한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에서는 이번 수상자 선정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케네스 로스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푸틴의 70번째 생일날 푸틴이 폐쇄시킨 러시아 인권단체, 그의 전쟁범죄를 기록하는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푸틴과 친한 루카셴코가 감옥에 가둔 벨라루스 인권운동가에게 상이 주어졌다”고 올렸다. 반면 키릴 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실 인권위원회 위원은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노벨평화상은 오랫동안 정치화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