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유전자/니컬라 라이하니 지음·김정아 옮김/380쪽·2만2000원·한빛비즈
제목만 봐도 어느 분야인지, 뭘 얘기할지 대충 느낌이 온다. 그만큼 이제 진화생물학은 일반 독자에게도 친숙한 과학 분야.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81)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등 워낙 성공한 대중과학서가 많기도 했다.
도킨스가 “매우 잘 쓰인, 읽기 쉬운 필독서”라 추천사까지 달았으니 게임 끝. 실제로도 문장이 편안하고 논지도 일목요연하다. 영국 런던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지명도를 쌓은 여성 행동생태학자.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서 다양한 생명체를 연구해온 경력도 훌륭하다.
얼핏 이기적 유전자와 협력의 유전자는 상반된 개념처럼 들리지만, 쉽게 생각하면 된다. 알다시피 도킨스가 유전자를 이기적이라 부른 건 유전자는 진화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유지하고 남기려는 목적성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협력도 마찬가지다. “협력하지 않았다면, 지구에는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저자는 단언한다. 유전자가 살아남으려면 서로 힘을 모아야 했단 뜻이다.
‘협력의 유전자’는 인간 입장에선 흐뭇한 책이다. 우리 유전자에 이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니 기분 나쁠 게 없다. 특히 4장에서 협력이 결국 ‘공정’을 낳아 인류가 어느 생명체보다도 큰 발전을 이뤘다는 주장은 뿌듯하기도 하다. 다만 읽을수록 신선함은 다소 떨어진다. 워낙 비슷한 책들이 이미 많이 나온 탓이겠으나…, 이젠 ‘넥스트 스텝’이 궁금하다면 과한 욕심일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