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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이 일상… 그런 책방이 하나쯤은[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 2022-10-08 03:00:00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이지민 지음/266쪽·1만8000원·정은문고




종종 서울 용산구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에 있는 서점 ‘노들서가’를 찾곤 한다. 노들서가는 1인용 소파와 책이 가득하다. 날씨가 좋으면 통유리창으로 한강 풍경이 펼쳐져 애서가들의 천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 노들서가를 찾았다가 씁쓸한 광경을 마주했다. 노들서가가 있던 기존 공간이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노들서가는 다른 건물로 옮겨졌는데 이전보다 협소해졌다. 어쩐지 책보다 그림이 인기인 현 세태가 반영된 듯해 괜히 슬퍼졌다.

‘브루클린 책방…’은 제목처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사는 한국인 번역가의 에세이다. 저자는 틈만 나면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는 독서광. 브루클린에 있는 서점 주인들을 인터뷰해 50년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 온 비결을 들여다봤다. 월세가 어마무시하다는 뉴욕 한복판에서 서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뭘까.

‘테라스 북스’는 “단골 집중 공략”이 키워드. 특정 고객이 좋아할 만한 책이 나오면 직접 연락해 알려준다. 주말마다 아동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파워하우스 온 에잇스’는 “동네 작가 발굴”에 중점을 뒀다. 인근에 사는 작가들이 자주 서점으로 와서 독자들과 직접 만나도록 주선했다. ‘센터 포 픽션’은 “글쓰기 공간 대여”로 유명하다. 작가들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준다. 독자가 책을 사러 들렀다가 우연히 좋아하는 작가라도 만난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서점마다 특색을 지녔지만 공통점도 눈에 띈다. 브루클린 서점 직원 중에는 본업이 소설가나 극작가, 시인인 이들이 많다고 한다. 고객은 이들에게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지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잠시 짬을 갖고 책에 대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점 운영이 쉽진 않았을 땐, 작가이자 서점 직원인 이들이 온라인으로 서점을 살리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저자는 “브루클린 서점이 커피 한 잔 팔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왔다”고 강조한다.

미국도 아마존이 서점에 위기를 불러왔지만,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책을 주문하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책을 받을 수 있는 배송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동네서점은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대안적으로 생겨난 북카페도 막상 가보면 책을 읽기보단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고객이 훨씬 많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브루클린처럼 근사한 문화적 향취를 지닌 서점들을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지금도 여러 작가들이 직접 서점을 운영하는가 하면,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만날 기회가 없진 않다. 하지만 누군가 “일상적인 풍경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물론 이런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책방에서 작가와 편안하게 수다 떨고 책을 추천받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면 분명 한두 곳씩 생겨날 수 있다. 언젠가 서울에 ‘브루클린 책방’처럼 자연스레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서점이 생긴다면 꼭 단골이 되고 싶다. 이번 주말, 아이의 손을 잡고 노들서가에 가보길 추천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